운동을 꾸준히 하면 체력이 계속 유지될 것 같지만, 우리의 체력과 근력, 신체 능력이 대체로 35세 이전부터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한다는 학술 논문이 있다. 운동을 하든 하지 않든, 체력이 정점을 지나 내려가기 시작하는 시기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금 허탈하게 들릴 수 있다. 운동을 열심히 해도 체력 저하를 피할 수 없다면, 굳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할 이유가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당연히 이 글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지는 흐름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그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는 게 핵심이다.
47년에 걸쳐 몸의 변화를 추적
이 연구는 1974년 당시 16세였던 스웨덴 청소년 수백 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이들이 63세가 될 때까지 총 47년 동안 다섯 차례 검사를 실시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 동안 유산소 능력, 근지구력, 근파워가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한 것이다.
짧은 기간의 운동 실험이 아니라, 한 세대의 몸이 나이와 함께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본 장기 연구다. 우리는 보통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진다”고 막연히 말하지만, 이 연구는 그 변화가 언제 시작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근지구력과 유산소 능력은 26~36세 사이가 정점

연구 결과, 남녀 모두 근지구력과 유산소 운동 능력은 26세에서 36세 사이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후에는 조금씩 낮아졌다. 처음에는 해마다 0.3~0.6% 정도로 완만하게 떨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최대 연 2.5% 수준까지 감소 폭이 커졌다.
여기서 말하는 근지구력은 근육이 오래 버티는 힘이다. 계단을 오르거나, 오래 걷거나, 반복해서 움직일 때 필요한 능력이다. 유산소 운동 능력은 심장과 폐가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와 관련이 있다. 쉽게 말하면 오래 걷고 달리고 움직일 수 있는 기본 체력이다.
근파워는 남녀의 정점 시기가 달랐다
근파워는 조금 다른 흐름을 보였다. 근파워는 단순한 근력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힘과 속도가 함께 작용하는 능력이다. 빠르게 일어나기, 순간적으로 뛰기, 계단을 힘 있게 오르기 같은 움직임에 관여한다.
연구에서는 남성의 근파워가 27세에 정점을 찍은 반면, 여성은 19세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는 달랐지만, 이후 감소하는 비율은 남녀 모두 비슷했다. 결국 누구나 어느 시점을 지나면 신체 능력이 조금씩 내려가는 흐름을 피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16세 때 활동적이었던 사람이 오래 버텼다
연구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청소년기 운동 습관이다. 조사 시작 시점인 16세 때 여가 시간에 몸을 자주 움직였던 사람들은 관찰 기간 내내 더 높은 유산소 능력, 근지구력, 근파워를 유지했다.
논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16세 때 여가 시간에 신체 활동을 많이 했던 사람은 관찰 기간 동안 더 높은 유산소 운동 능력과 근지구력, 근파워를 유지했다.” 어린 시절부터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있었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더 나은 체력 수준을 보였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은 생각해볼 만하다. 학생 때 운동을 입시와 분리된 ‘남는 시간의 활동’처럼 보는 경우가 많지만, 몸을 움직이는 경험은 꽤 오래 남는다. 운동 능력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습관이다. 어릴 때부터 움직이는 생활에 익숙한 사람은 성인이 된 뒤에도 몸을 쓰는 일을 덜 낯설어한다.
운동은 노화를 멈추지 못하지만, 속도는 바꿀 수 있다

운동은 나이에 따른 체력 저하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꾸준히 운동해도 20대의 몸을 그대로 붙잡아둘 수는 없다. 운동선수조차 대부분 35세 전후에는 신체 능력의 정점을 지나게 된다.
그렇지만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과 운동하는 사람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진다. 체력이 떨어지는 방향은 같아도, 떨어지는 속도는 다르다. 움직이는 사람은 더 천천히 내려간다. 이 차이가 40대, 50대, 60대가 되면 일상에서 크게 느껴진다. 같은 나이인데도 계단을 오르는 느낌, 오래 걷고 난 뒤의 피로, 하루를 버티는 힘이 달라진다.
연구 논문의 주저자인 마리아 베스테르스톨은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데 너무 늦은 때는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은 체력이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더라도, 운동을 시작하면 그 이후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50대에 운동을 시작한다고 20대 몸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보다 덜 쉽게 지치고, 근육이 조금 더 오래 버티고, 숨이 차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운동의 목적을 젊어지는 데 두면 쉽게 실망한다. 대신 “내 몸이 더 천천히 약해지도록 돕는다”고 생각하면 훨씬 현실적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
체력 관리는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매일 헬스장에 가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강도 높은 운동을 할 필요도 없다. 빠르게 걷기, 계단 오르기, 가벼운 근력 운동, 짧은 조깅처럼 생활 안에 넣을 수 있는 움직임부터 시작하면 된다.
알아야할 것은 몸을 너무 오래 멈춰두지 않는 것이다. 몸은 쓰지 않으면 더 빨리 약해진다. 반대로 조금씩이라도 사용하면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오늘 20분 걷는 일이 당장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지는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쌓이면 5년 뒤, 10년 뒤의 몸을 다르게 만든다.
운동은 체력 저하를 없애는 마법이 아니다. 그래도 우리가 지금 몸을 움직여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나이 드는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적어도 그 흐름에 그냥 떠밀려가지는 말아야 한다. 오늘 움직이는 몸이 내일의 체력을 조금 더 오래 붙잡아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