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피부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일찍 자야 피부가 좋아진다는 이야기에는 늘 이 시간대가 따라붙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말을 조금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피부 골든타임’이 생긴 배경에는 수면 중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있다.
성장호르몬은 피부와 머리카락의 회복, 몸의 재생 과정과 이어져 있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처럼 정해진 시각에 맞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잠든 직후 처음 찾아오는 깊은 잠과 밀접하게 맞물려 분비되는데, 실제 수면 실험에서도 성장호르몬 분비는 시계상의 시간보다 잠이 시작되는 시점과 서파수면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은 언제 가장 많이 나올까

문제는 다음과 같다.
성장호르몬이 가장 많이 분비되는 때는 언제일까.
- A. 잠든 뒤 약 3시간
- B.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 C. 아침에 일어나기 직전
정답은 A, 잠든 뒤 약 3시간이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은 성인이 된 뒤에도 몸속에서 계속 분비된다.
그렇다고 밤 10시가 되면 성장호르몬이 자동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다. 성인의 성장호르몬은 잠든 직후 찾아오는 첫 서파수면, 다시 말해 깊은 잠에 들어갔을 때 가장 뚜렷하게 분비되고, 첫 깊은 잠이 주로 수면 초반에 나타나기 때문에 ‘잠든 뒤 약 3시간’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밤 10시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
예전에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를 미용의 골든타임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분비만 놓고 보면 취침 시각을 밤 10시로 못 박을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 잠드는 시간을 늦춘 실험에서도 성장호르몬이 나오는 시점은 고정된 시간보다 실제 수면 시작 시각을 따라 움직였다. 깊은 잠을 방해했을 때는 분비 양상도 달라졌다.
밤 11시에 자든 자정에 자든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잠든 직후의 수면 상태다. 수면 초반에 자주 깨지 않고 깊게 자야 성장호르몬도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분비되기 쉽다.
물론 취침 시각이 아무 상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잠드는 시간이 날마다 크게 달라지고 전체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깊은 잠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밤 10시를 넘겼다고 해서 피부를 위한 시간을 놓쳤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잠드는 시각보다 잠든 뒤 깊은 잠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가느냐다.
소파에서 깜빡 잠드는 밤
침대에 누워 편하게 자는 것과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깜빡 잠드는 것은 같지 않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채 졸다가 알림 소리에 깨고, 다시 화면을 보다 잠드는 일이 반복되면 수면 초반이 쉽게 끊긴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활발한 첫 깊은 잠도 흐트러질 수 있다.
밝은 화면 역시 잠드는 시간을 늦출 수 있다. 잠자기 전에 빛을 내는 전자책 단말기를 사용한 실험에서는 종이책을 읽었을 때보다 잠드는 데 더 오래 걸렸고, 저녁 멜라토닌 분비도 줄었다. 다음 날 아침의 각성도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전자책 단말기와 스마트폰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잠들기 전 밝은 화면을 오래 보는 습관을 돌아볼 이유는 충분하다.
밤마다 거실에서 TV나 스마트폰을 보다가 그대로 잠드는 일이 잦다면 단순히 몇 시간을 잤는지만 계산해서는 부족하다. 아침에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거나 피부가 푸석하게 느껴진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잠들었는지, 수면 초반에 자주 깨지는 않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잠들기 전 환경부터 바꿔보자
수면 습관을 하루아침에 모두 바꿀 필요는 없다.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내려놓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소파에서 졸기 전에 침실로 들어가고, 밝은 조명을 줄이며, 침대 주변을 편하게 정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억지로 잠을 청하기보다 몸이 자연스럽게 잠으로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편이 낫다.
매일 밤 10시에 반드시 자야 한다는 생각에 매달리면 오히려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다. 늦게 잠들었다는 이유로 피부 관리를 이미 망쳤다고 여길 필요도 없다. 잠자리에 든 뒤 처음 찾아오는 깊은 잠을 방해하지 않는 쪽이 더 현실적이다.
피부를 위한 골든타임은 시계에 고정된 네 시간이 아닐 수 있다. 잠든 직후 찾아오는 깊은 잠이 그 시간을 대신한다고 보는 편이 가깝다.
오늘 밤에는 “몇 시에 자야 할까”만 생각하지 말고, “잠든 뒤 첫 몇 시간을 편하게 잘 수 있을까”도 함께 돌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