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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하루 30분” 한 번 정한 규칙, 끝까지 지켜야 할까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규칙은 철저하게 지켜야 하고, 친구 관계에도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있다. 자녀 교육에 진지할수록 가정의 원칙을 세우고 흔들리지 않으려 한다. 문제는 정해둔 원칙을 지키는 일이 눈앞에 있는 아이의 변화와 어려움을 살피는 것보다 중요해질 때다.

요즘은 육아 정보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자존감이 낮아진다”, “똑똑한 아이의 부모는 이것을 한다”, “스마트폰 중독을 막으려면 지금부터 관리해야 한다”는 조언도 끊임없이 나온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우리 집에서는 이렇게 키우겠다”는 교육 방침도 단단해진다. 일정한 방향이 있다는 것은 부모의 불안을 줄여준다. 하지만 그 원칙이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으로 굳어지면 아이에게는 숨 막히는 규칙이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초등학교 6학년 딸

어느 가정에서는 자녀 게임 시간을 하루 30분으로 제한하고, 스마트폰은 중학생이 될 때까지 사주지 않기로 했다. 부모가 충분히 상의해 만든 규칙이었고 아이도 그동안 이를 지켜왔다. 그런데 최근 초등학교 6학년인 큰딸이 친구들과의 약속에 잘 나가지 않기 시작했다. 부모가 이유를 묻자 딸은 “친구들이 다 카카오톡으로 이야기하니까”라고 답했다.

부모는 곧바로 말했다.

“그렇다고 휴대전화를 사달라는 이야기는 아니지?”

“카카오톡 없이도 친구들과 놀 방법을 생각해보자.”

딸은 “어차피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라는 말을 남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부모의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허용하는 시기와 사용 방식은 가정마다 다를 수 있고, 자녀에게 일정한 규칙을 가르치는 일도 필요하다. 다만 이 상황에서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기존 원칙을 끝까지 지켰느냐가 아니다. 스마트폰이 없는 생활이 딸의 친구 관계와 일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알아보는 일이다.

아이의 상황에 맞춰 규칙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놓은 규칙에 아이를 끼워 맞추기 시작하면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조금씩 어긋날 수 있다. 교육 방침과 아이의 의견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필요는 없다. 두 가지를 함께 살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우리 집 규칙을 다시 살펴본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생활 방식과 친구 관계가 달라진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잘 맞았던 규칙이 고학년이나 중학생이 된 뒤에도 그대로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녀 게임 시간이나 스마트폰 사용 규칙 역시 아이의 성장과 생활환경에 맞춰 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아이가 불만을 말할 때마다 규칙을 바로 바꾸라는 뜻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규칙에 관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 지키는 규칙 중 불편한 것이 있어?”

“최근 들어 지키기 어려워진 규칙은 무엇이야?”

“바꾼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 것 같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런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 아이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는 시간이 아니라, 부모가 정한 기준의 이유를 설명하고 아이가 실제로 겪는 어려움도 함께 듣는 자리다.

자신의 의견이 무시되지 않는다고 느낀 아이는 사춘기가 온 뒤에도 부모에게 고민을 이야기할 가능성이 커진다.

 

아이의 변화를 규칙 위반으로만 보지 않는다

부모가 교육 방침에 지나치게 매달리면 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곧바로 문제 행동으로 해석하기 쉽다.

숙제를 미루면 “예전보다 공부할 의욕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학원이나 운동 수업에 가기 싫다고 하면 “끈기가 부족해졌다”고 판단한다. 스마트폰 문제로 말대꾸가 늘면 “요즘 반항적으로 변했다”고 여긴다.

하지만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규칙을 지켰는가”가 아니다.

“이 아이에게 무슨 변화가 생겼을까”를 살펴봐야 한다.

숙제를 자꾸 미룬다면 공부가 어려워졌거나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것은 아닌지 물어볼 수 있다. 학원에 가기 싫어한다면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가 달라졌는지, 관심 분야가 바뀐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

자녀 스마트폰 규칙을 두고 다툼이 늘었다면 기존 방식이 왜 더 이상 납득되지 않는지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아이를 이전 모습으로 되돌리거나 규칙부터 지키게 만들려고 하기보다, 달라진 행동 뒤에 무엇이 있는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먼저다.

 

부모도 생각을 바꿀 수 있다

교육 원칙이 분명한 부모일수록 한 번 결정한 일은 쉽게 바꾸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아이가 부모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가정의 질서도 유지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도 자라고 주변 환경도 달라진다. 어제까지 적절했던 방식이 오늘도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은 무조건 늦게 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가정에서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식을 보고 조건부로 허용할 수도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이면 공부는 혼자 해야 한다”고 여겼다가도 어려워하는 과목만큼은 옆에서 도와주는 편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해도 된다.

“전에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

“네 이야기를 듣고 다시 생각해봤어.”

부모가 의견을 바꾸는 것은 원칙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달라진 상황을 살피고 더 적절한 방법을 찾았다는 의미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언제나 옳은 모습만 보여주는 부모가 아니다. 자신의 판단을 돌아보고, 필요할 때는 생각을 고칠 수 있는 어른의 모습도 아이에게 신뢰를 준다.

육아에서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은 교육 방침에 적힌 문장 자체가 아니다. 그 방침을 통해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이다.

“나는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보다 “지금 이 아이에게 무엇이 필요할까”라고 묻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아이가 마음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어른은 그런 모습에 더 가깝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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