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 4~6학년 시기에 벌써 첫 생리(초경)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초등학생 생리에 대해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초경 시작 시기가 초등학교 6학년(36.4%), 5학년(23.5%), 4학년(6.5%) 순으로 높게 나타나 초등학교 재학 중에 이미 절반이 훌쩍 넘는 초등학생들이 첫 생리를 경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어린 나이에 찾아온 자연스러운 몸의 변화지만, 많은 여학생들은 이를 겪으며 여러 불편과 곤란을 호소한다. 생리 기간 동안 수업이나 활동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이 많고, 실제로 청소년 여학생의 38.9%는 생리로 인해 일상활동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상당수 학생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 참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 조사에서는 힘들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질문에 가장 많은 여학생들이 “그냥 참았다”고 답변했다는 결과도 있다. 생리대가 부족하거나 예기치 않게 생리가 시작된 경우에도 친구에게 말하지 못하고 휴지 등으로 임시방편을 쓰는 일이 흔하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생리에 대한 열린 대화와 조기 교육 필요
이처럼 어린 학생들이 겪는 생리의 혼란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충분한 교육과 공감이 첫걸음이다. 아이가 갑작스레 초경을 맞이하면 큰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 맞는 생리에 대해 부모가 터놓고 설명해주고 경험을 공유해 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몸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대비할 수 있다. 특히 엄마를 비롯한 주변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
실제로 생리 관련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한 학생들은 주로 어머니나 보건 교사 등 여성 어른에게 이야기한다고 한다. 반면 “상담하기 어렵다”는 학생들은 “왠지 부끄럽고, 친구에게는 말해도 어른에게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런 벽을 허물기 위해 부모가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서야 한다. 부모와 자녀 간에 평소 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에게 생리를 쉬쉬하거나 금기시할 주제가 아니라, 누구나 겪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임을 인식시켜주어야 한다.
여전히 숨기게 만드는 분위기
학교 생활에서 여학생들이 생리로 곤란을 겪는 큰 이유 중 하나는 주변의 시선과 사회적 인식이다. 아직도 우리는 생리를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그날이 왔다’는 식으로 에둘러 말하고, 생리대도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숨기는 분위기가 남아 있다.
초경을 이미 시작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생리대를 화장실로 가져갈 때 부담을 느끼는가”를 물은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55.1%)이 “그렇다”고 답했다는 결과도 있다. “주변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 “특히 남학생들에게 보이는 게 싫다” 등 부끄러움과 시선 의식 때문에 생리 현상을 숨겨야 할 일처럼 여기는 것이다. 남자 담임교사나 남학생 친구에게는 더 말 못 하고, 혼자 조용히 넘기려는 학생도 많다.
그러나 생리는 건강한 신체 발달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일 뿐이고,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생리는 숨겨야 하는 것도, 창피한 것도 아니다. 어른들과 사회 전반이 이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다. 여학생들 스스로도 점차 인식이 바뀌어,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당연한 일”이라며 생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를 보이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사회적으로 생리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낙인을 없애고, 개방적인 대화가 이뤄진다면 학생들의 불안감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함께 고민할 학교와 제도적 지원
가정과 더불어 학교 차원의 배려와 제도적 지원도 필수적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리로 곤란을 겪는 상황은 다양하다. 수업 중 생리가 시작됐는데 바로 대처할 시간이 없거나, 생리대를 깜빡 잊고 가져오지 못해 곤란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 많은 학생들이 교사나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보다 말없이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려면 학교에서 생리 현상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쉬는 시간이 부족해 생리대 교체가 어려운 일정은 없는지 살펴보고, 필요시 자유롭게 양호실을 이용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융통성을 부여할 수 있다. 또한 학교 내 비상용 생리대 비치도 적극 도입할 만하다. 현재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생리용품 지원 정책이 있지만, 여전히 전체 여성청소년의 절반 가까이(49.4%)가 생리대 구입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경제적 이유로 생리대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학교 화장실이나 보건실에 무료 생리대를 비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2년부터 중·고등학교 모든 화장실에 생리대와 탐폰 등 생리용품을 무료로 비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법까지 시행했다.
“어떤 학생도 생리 때문에 학습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아래 추진된 조치다. 우리 교육 현장도 이처럼 학생들의 생리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나아가 여학생들이 생리통 등으로 힘들 때 눈치 보지 않고 쉬거나 조퇴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실제로 일부 여학생들은 생리 기간에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싶어할 정도로 힘들어하기도 한다. 학교가 이러한 사정을 이해하고 유연하게 대응한다면 학생들의 신체적·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춘기 여학생들의 생리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성장의 일부다. 우리 사회가 학교와 가정에서 열린 대화와 세심한 지원으로 이들의 어려움을 보듬어 줄 때, 생리는 더 이상 숨기거나 두려워할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부모의 관심과 교육, 사회의 인식 개선, 그리고 제도적 배려가 어우러질 때 비로써 어린 학생들은 당당하고 편안하게 자신의 몸 변화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