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간의 임사체험을 이야기하는 구급대원, ‘평온’ 속에서 본 그 세계는?

2018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서부의 런던에 살던 ‘아담 탭’은 20년에 달하는 구급대원 경력이 있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사고가 없었다면, 그는 평생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전념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목숨을 위협하는 사고는 다름 아닌 자신의 집에서 벌어졌다. 목공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작은 에칭(금속 등을 새기는) 도구가 손에 꽂혔고, 그 순간 전류가 온몸으로 휘몰아치면서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몰고 갔다.

 

오른쪽에서 세 번째, 가장 키가 큰 남자가 아담 탭
오른쪽에서 세 번째, 가장 키가 큰 남자가 아담 탭

 

감전, 그리고 11분 30초의 심폐 정지

 

사고 직후, ‘아담 탭’은 한순간에 모든 감각이 뒤엉키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심장은 11분 30초 동안 멈춰 있었다. 이쯤 되면 누구나 “그가 정말 다시 살아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법하다. 하지만 기적처럼 그는 되돌아왔다.

그가 설명하는 당시 상황은 상상을 초월한다. 양손에 ‘아크(고온의 강한 빛을 내는 기체 방전 현상)’가 번쩍였고, 머릿속은 마치 번개가 내리꽂힌 듯 아득해졌다. 그러면서 극도로 격렬한 통증이 온몸의 세포를 뒤흔들었다고 한다.

다행히 함께 있던 친구 ‘마크 윌슨’이 기계를 떼어 내는 데 성공했고, ‘아담 탭’의 아내이자 심장 전문 간호사인 ‘스테파니’가 곧바로 심폐소생을 시작했다. 구급대를 부르는 과정도 거의 동시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미 ‘아담 탭’의 의식은 “어딘가 다른 세계로 향하고 있었다”고 한다.

 

내가 누구인지도 잊었다

 

심장 박동이 사라지는 순간, ‘아담 탭’은 설명하기 어려운 평온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감전이라 하면 극심한 통증과 공포가 뒤따를 텐데, 오히려 그는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에 빠져들었다고 한다.

“나는 아담도 아니었고, 죽지도 않은 상태였습니다.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의 완벽한 만족감이 있었어요. 공포나 불안 같은 감정도 전혀 없었죠.”

사실 이 말을 듣는 사람이라면, “그게 가능할까?”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담 탭’의 표현을 빌리면, 그 평온함은 우리가 보통 말하는 편안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마치 우주와 하나가 된 것 같은 경험을 했다며, 주변이 프랙털 패턴(어느 부분을 잘라 봐도 계속 같은 구조가 반복되는 도형)처럼 아른거렸다고 덧붙였다. 물 위에 떠 있는 기름이 빛을 받아 무지갯빛을 띠는 모습과도 유사했다는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는 이상한 ‘전기 충격’을 또 한 번 느꼈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것은 동료 구급대원들이 그의 심장을 재세동기로 두 번 충격한 때문이었다.

 

임사체험에서 현실로 돌아온 뒤 깨달은 것들

 

두 차례의 전기 충격 끝에, 탭 씨는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서서히 인지하게 되었다.

“그제야 내가 아담이라는 사실, 그리고 잠시 죽어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죠.”

그러나 그 대가가 가볍지만은 않았다. 감전 직후 한 손가락을 잃었고, 다른 손에는 3도 화상이 생겼다. 그는 지금도 가끔 “불에 타는 고기 냄새”가 떠올라 괴로워진다고 고백한다. 의료진은 그를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겼고, 그는 8시간 가까이 혼수상태에 빠졌다. 입원 기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의식이 몽롱했는데, “누군가가 5년이나 10년을 입원했다고 말했어도 믿었을 것”이라고 회고할 정도다.

퇴원 후에는 신체 감각과 체취 등에 민감해지는 등 예민함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자신의 몸 안에 ‘나’가 있다는 것을 다시금 받아들이게 됐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서의 삶은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죽음은 자연스럽다

 

감전 사고를 겪은 뒤, ‘아담 탭’은 ‘환각’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가 참 흥미롭다. 임사 체험의 본질이 우리 뇌와 몸속에 있는 어떤 화학물질, 특히 디메틸트립타민(DMT) 같은 물질과 관련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이번 체험을 통해 “무한한 의식”이라는 영역과 직접 맞닥뜨렸고, 그로 인해 영적인 감각이 훨씬 깊어졌다고 말한다. 모든 일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을 더 온전히 즐기는 데 집중하게 되었다고도 한다.

누군가 그에게 “임사 체험으로부터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아담 탭’의 답변은 단순명료하다. “죽음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덧붙여 “내가 죽어 있던 동안은 너무나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오히려 살아 있는 게 더 어렵고 힘든 일이 아닐까 싶다”는 말을 남겼다.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의학적으로 보면, ‘아담 탭’은 11분 30초간이나 심장이 멈춰 있었다. 보통 사람이면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돌아옴’이라 할 수 있다. 이 극적인 사건을 통해 그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몸소 체험했고, 그 결과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쩌면, 이것은 단순한 ‘기적 생환 스토리’가 아닐지 모른다. 살아나는 과정에서 느꼈던 고통과, 잠시 접한 평온함 사이의 간극은 우리가 겪는 현실과 죽음의 세계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담 탭’은 지금도 일상 속에서 이 깨달음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가 더 이상 ‘과거의 자기’와는 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주변에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죽음은 절대 두려운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 한다고 한다.

물론, 사람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그리고 삶 자체가 어쩌면 ‘순간순간을 누리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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