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세 할머니와 젊은 감독의 우정이 만든 감동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캐나다의 한 요양원에 살고 있는 매들린은 올해로 백세를 훌쩍 넘긴 할머니지만 여전히 생기와 에너지가 넘친다. 그녀는 매일 뜨개질을 하고, 이웃들과 담소를 나누며, 자신의 작은 방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 그녀에게 인생의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브라질계 캐나다인 영화감독 라켈 상시네티. 매들린보다 무려 67살이나 어린 젊은 감독이었다.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두 사람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통해 특별하고도 따뜻한 우정을 쌓아간다.

107세 할머니와 젊은 감독의 우정이 만든 감동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상시네티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단편 영화 매들린

매들린(Madeleine)은 바로 그 다섯 해 동안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매주 만나 나눈 유쾌하고 사려 깊은 이야기들, 그리고 “언젠가 함께 바다로 여행을 가자”는 소박한 바람이 작품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촬영이 시작될 당시 매들린은 이미 103세였다. 몸이 불편해 장시간 외출은 무리였다. 상시네티가 여러 번 설득했지만, 매들린은 “나는 집이 제일 좋아”라며 웃어 넘겼다.

그래도 젊은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에겐 또 하나의 방법이 있었다. 바로 상상 속의 여행을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는 늘 여행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래서 결국 그녀를 바깥세상으로 데려가는 유일한 방법을 택했죠. 바로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었어요.”

상시네티는 뉴욕타임스의 Op-Docs 시리즈를 통해 이렇게 회상했다.

“이 다큐멘터리를 완성했을 때, 매들린은 107세였습니다. 그녀를 알게 된 건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 중 하나예요.”

매들린은 실사 영상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결합해 만들어진 독특한 작품이다. 현실과 상상이 맞닿은 이 영상 속에서 두 사람의 우정은 노년의 삶, 기억, 그리고 살아 있는 하루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비춘다.

바늘로 꿰맨 듯한 천의 질감으로 표현된 동물과 풍경들, 실타래처럼 이어진 세계 속에서 두 사람은 상상의 여행을 떠난다.

매들린의 방 안에서 시작된 이 여정은, 육체가 아니라 마음으로 세상을 걸어가는 이야기다. 상시네티는 노년의 고요함과 생의 끝자락에서 피어나는 유머와 자각을 가볍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지구온난화 다룬 환경 메시지 단편

두 사람은 태어난 나라도, 살아온 시대도 달랐지만, 영화는 그런 차이를 넘어선 인간적인 연결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로 다른 세대가 나누는 우정이 얼마나 아름답고 뜻밖의 기쁨을 주는지 조용히 일깨운다.

이 짧은 영화는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퀘벡 시네마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 단편상(Prix Iris)’ 을,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에서는 ‘최우수 단편다큐멘터리상’ 을 수상하는 등, 크고 작은 상을 60개 이상 휩쓸었다. 지금도 비메오(Vimeo)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상시네티는 작품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삶은 나이로 구분되지 않아요.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장 따뜻한 인연이 찾아오죠.”

매들린의 웃음 속에는 세월을 초월한 생의 여유가, 상시네티의 카메라에는 그 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다. 그녀들의 상상 속 바닷길은, 결국 우리가 모두 언젠가 걷게 될 삶의 마지막 여행을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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