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거울을 볼 때마다 하나 둘 씩 늘어나는 흰머리를 보면, 처음에는 몇 가닥 뽑아내며 버텨보지만, 어느 순간이 오면 “염색을 해야 하겠구나”라고 한숨 섞인 생각이 든 적이 있다.
흰머리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지만,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염색 없이 흰머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의 국립 대학 나고야 대학이 셀러리와 브로콜리에 들어 있는 ‘루테올린(Luteolin)’이라는 항산화 물질이 흰머리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Antioxidants”에 게재 되었다.
흰머리는 왜 생길까?
흰머리가 생기는 이유는 멜라닌 색소(모발 색을 결정하는 성분)의 감소 때문이다.
이는 색소를 만들어내는 ‘멜라닌세포’의 기능이 저하되면서 발생한다.
멜라닌세포는 원래 멜라닌 줄기세포’에서 생성된다.
하지만 줄기세포가 노화하면서 새로운 멜라닌 세포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머리카락에 색이 입혀지지 않고 흰색으로 변하게 된다.
그러니까 흰머리를 막기 위해서는 멜라닌 줄기세포를 보호하고,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인데, 나고야 대학의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신화스트레스가 줄기세포 노화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고,
루테올린이 이를 억제할 수 있는지 실험했다.
루테올린, 흰머리 억제 효과가 있을까?
연구팀은 루테올린 외에도 헤스페레틴, 디오스메틴 등 세 가지 항산화 물질을 비교했다.
과연 이들 중 어떤 성분이 흰머리를 늦추는 데 가장 효과적인가?
실험 대상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흰머리가 빨리 생기도록 조작된 실험용 쥐(Ednrb(+/−);RET)였다.
이들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흰머리가 진행되므로, 단기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루테올린을 두 가지 방식으로 실험했다.
외용(바르는 방식) → 피부에 루테올린을 직접 도포
경구(먹는 방식) → 루테올린을 섭취하도록 유도
이렇게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루테올린이 실제로 흰머리를 억제하는지, 다른 항산화 물질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루테올린이 흰머리를 막았다
루테올린을 먹거나 피부에 바른 쥐들 모두 흰머리 진행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반면, 헤스페레틴이나 디오스메틴을 투여한 쥐들에게서는 유의미한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루테올린은 어떤 방식으로 흰머리를 막았을까?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 보호
루테올린을 투여한 쥐들은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수가 유지되었다. 새로운 멜라노사이트가 계속 생성되면서, 머리카락의 색이 유지된 것이다.
세포 노화 억제(p16^INK4a 단백질 감소)
세포가 노화하면 p16^INK4a라는 단백질이 증가하는데, 이는 줄기세포 기능 저하와 연관이 있다.
루테올린을 섭취한 그룹에서는 이 노화 단백질이 줄어들었고, 세포가 더 오래 건강한 상태를 유지했다.
산화스트레스 완화
산화 스트레스는 세포 손상을 유발하며, 이는 노화를 촉진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루테올린이 이를 완화함으로써 흰머리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
또한, 루테올린이 머리카락 성장 속도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더 빨리 자라게 하거나 탈모를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머리카락의 색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루테올린, 흰머리 고민인 인간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이번 연구는 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지만,
만약 인간에서도 같은 효과가 입증된다면 흰머리를 예방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현재 루테올린은 셀러리, 브로콜리, 파슬리 같은 채소에 포함되어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이나 화장품 원료로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루테올린 성분을 활용한 흰머리 예방 샴푸, 헤어 토닉, 건강기능식품 개발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을 대상으로 한 추가 임상 연구가 필요하며,
어느 정도의 양을 섭취해야 효과가 있는지, 장기적으로 안전한지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