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유럽 알바니아 연안에서 마치 유령처럼 하얀 ‘백변종’ 심해상어가 발견되었다. 상어의 백변종은 그 자체로도 매우 희귀하지만, 심해상어인 ‘앵귤러 러프샤크(Oxynotus centrina)’로서는 세계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심해상어 ‘앵귤러 러프샤크’란?
‘앵귤러 러프샤크(Oxynotus centrina)’는 매우 희귀한 상어의 일종이다. 상어라고 하면 날렵하고 무서운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앵귤러 러프샤크는 큰 콧구멍이 돼지를 연상시킨다.
노르웨이부터 남아프리카에 이르는 대서양 동부에 서식하는 앵귤러 러프샤크는 비교적 넓은 범위에 분포하고 있지만, 최대 600m 깊이의 심해에 살아가는 특성상 좀처럼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다. 게다가 절멸이 우려될 만큼 개체 수가 적어 희귀한 존재가 되었다.
앵귤러 러프샤크로서는 첫 백변종 심해상어
하지만 최근, 알바니아 인근의 사잔 섬 해역에서 어선에 의해 포획된 개체는 더욱 희귀했다. 바로 ‘백변종’ 앵귤러 러프샤크였기 때문이다.
흰색 동물이라 하면 ‘알비노’가 유명하지만, 백변종은 유전적, 생리학적으로 알비노와는 다른 증상이다. 알비노 개체는 멜라닌 색소가 완전히 결핍되어 있어 외관이 하얗거나 노란빛을 띠며, 눈은 붉게 비친다. 반면 백변종은 부분적으로만 색소를 잃었으며, 알비노처럼 하얗지 않고 눈동자도 검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인 앵귤러 러프샤크는 피부가 어두운 갈색을 띠며,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개체도 있다. 이는 그들이 살고 있는 빛이 거의 닿지 않는 환경에 녹아들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개체는 유령처럼 흐릿한 흰색 몸에 회색 반점이 있는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색깔 면에서는 비정상이었지만, 그 외에는 건강에 문제가 없어 백변종으로 인한 악영향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백색이 불리하다는 기존 가설을 뒤집을 가능성
흰색은 매우 눈에 띄기 때문에, 알비노와 같은 흰색 개체는 포식자나 먹잇감에게 쉽게 발견되어 오래 살지 못한다고 생각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앵귤러 러프샤크와 최근에 발견된 색소 이상이 있음에도 건강한 성체 상어들의 사례는 그것이 반드시 사실이 아닐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몸이 하얗다고 해서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거나 먹잇감을 사냥하는 능력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체로 자라 번식하는 능력에서도 일반 개체와 별다를 바 없을 가능성도 있다.
일반적으로 색소 이상 개체는 드물지만, 알비노보다는 백변종이 더 흔하다. 하지만 상어의 경우 백변종의 기록이 거의 없으며, 특히 심해종에서는 단 15건만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