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속 깔끔하게 정리된 숫자들, 공식을 대입하면 쉽게 풀리는 문제들.
그런데 마트에서 장을 볼 때, 물건 가격을 계산하거나 잔돈을 맞춰줄 때,
학교에서 배운 그 공식들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우리가 배우는 수학은 과연 실생활에서 유용한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MIT 연구진이 인도에서
시장 상인으로 일하는 아이들과 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비교해봤다.
시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계산이 더 빠르고 정확했다
연구진은 인도 콜카타와 델리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다른 한 그룹은 시장 상인으로 일하는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두 가지 유형의 수학 문제를 풀게 했다.
하나는 실제 시장에서 발생할 법한 거래 문제,
다른 하나는 우리가 익숙한 학교 시험 스타일의 수학 문제였다.
첫 번째 문제는 이런 식이었다.
- 감자 800g을 20루피, 양파 1.4kg을 15루피에 팔 때, 총 얼마를 받게 되는가?
- 손님이 200루피 지폐를 냈다면, 거슬러 줄 금액은?
반면, 두 번째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 345 ÷ 5 = ?
- 62 – 17 = ?
자, 이제 결과를 보자.
실전에서는 시장 아이들, 교실에서는 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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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아이들은 실제 거래 계산 문제에서 90% 이상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손으로 쓰거나 계산기를 쓰지 않고,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했다.
숫자를 적당히 반올림하거나 나누어 계산하는 요령도 익숙했다.
예를 들어,
1.4kg을 15루피에 팔았을 때,
그들은 “1kg은 10루피, 0.4kg은 5루피니까 합하면 15루피!”
이런 식으로 감각적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똑같은 아이들에게 학교 시험 문제를 주었더니?
정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특히 3자리 숫자를 나누는 문제(예: 345 ÷ 5)에서는
정답률이 32%로 낮아졌다.
반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교과서 문제에서는 높은 정답률을 기록했지만,
시장 거래 문제에서는 오히려 1% 수준의 낮은 정답률을 보였다.
실생활에서 요구되는 빠른 계산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 실전 감각과 학교 수학은 연결되지 않을까?
수학적 능력은 단순히 “공부했다”고 해서 실생활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배운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작동한다.
시장 아이들은 직접 경험을 통해 효율적인 계산법을 터득한 것이다.
숫자를 “직관적으로” 다루고,
복잡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자신만의 전략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120 ÷ 6 같은 문제가 주어지면,
학교에서 배운 아이들은 나눗셈을 적용하려 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120을 60 + 60으로 나누면, 60 ÷ 6은 10, 그러니까 10 + 10 = 20!”
이렇게 머릿속에서 간단하게 풀어낸다.
반면, 학교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교과서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서,
숫자를 직관적으로 다루는 감각이 부족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문제 해결의 유연성이 부족하고,
시장 경험을 통한 수학은 공식보다는 실전 감각에 의존한다는 차이가 명확해진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을 실생활에 적용하려면?
그렇다면,
우리는 학교 수학과 실전 감각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첫째,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을 좀 더 현실적인 문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시험 문제에서 “345 ÷ 5” 같은 문제를 주기보다는,
“345루피를 5명이 나눠 가지려면 한 사람당 얼마씩 받을까?”
같은 실생활 문제로 바꾼다면 훨씬 유용할 것이다.
둘째, 다양한 계산 방법을 인정하고 가르쳐야 한다.
학교에서는 대부분 하나의 방법(예: 교과서에 나온 방식)만 정답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시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은
숫자를 묶고 나누면서 직관적인 계산법을 사용한다.
이런 방식을 교육에 반영한다면, 학생들은 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단순한 암기식 수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숫자를 암기하고 공식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 공식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될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교육 방식이 필요하다.
수학은 공식이 아니라, 문제 해결 도구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이 실생활에서 더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이 조금씩 변해간다면,
우리의 수학 공부는 단순한 시험 대비가 아니라
진짜 삶에서 쓸모 있는 지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다음번에 수학 문제를 풀 때
“이걸 실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한 번쯤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