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상류 지역에서 찍은 한 영상 속에는 물고기 사체가 물속에 투입되자마자, 작은 물고기 떼가 순식간에 달려들어 뼈만 남을 정도로 뜯어먹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물고기의 이름은 바로 ‘피라냐’. 필자는 “물고기 대신 사람의 팔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실제로 피라냐는 만화나 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무시무시한 포식자로 묘사되어 왔으니까 말이다.
If you fall in this river, the chances of survival is -0.001 pic.twitter.com/ODPpuRzWVv
— JOE 𝕏 (@gani_jonathan) December 14, 2024
그렇다면 정말로 물에 빠진 사람이 피라냐에게 통째로 잡아먹힐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피라냐가 어떤 물고기인지, 정말로 사람이 피라냐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과거에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이빨 달린 물고기” 피라냐

피라냐는 남아메리카의 아마존강과 그 주변 열대 지방에 서식하는 육식성 담수어를 통칭하는 말이다. 정확히는 카라신목 셀라살무스과(Serrasalmidae), 셀라살무스아과(Serrasalminae)에 속하는 여러 종을 일컫는데, 분류가 복잡해 학자마다 포함시키는 종이 조금씩 다르다.
피라냐의 크기는 제법 다양하다. 작은 종은 15cm 정도에 불과하지만, 큰 종은 최대 60cm까지 자란다. ‘피라냐(Piranha)’라는 이름은 남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인 투피(Tupi)어에서 유래했으며, 뜻은 “이빨을 가진 물고기”다. 이름답게 피라냐의 이빨은 단단하고 날카롭다. 살이나 뼈를 물어뜯기에 최적화된 구조 덕분에, 낚싯바늘을 제거하려다 피라냐의 이빨에 베인 어부들이 “칼에 베인 줄 알았다”고 말할 정도다.

게다가 피라냐는 물고기 중에서도 강력한 교합력(씹는 힘)을 자랑한다. 2012년 카이로-아메리칸 대학교(AUC)에서 진행된 실험에서는, 블랙 피라냐(학명: Serrasalmus rhombeus)는 체중 대비 교합력이 척추동물 중에서도 최강급으로 나타났다. 이는 빠르게 움직이며 깨무는 것보다 한 번 물면 강하게 죄는 데 특화된 턱 구조 덕분이다. 날카로운 이빨에 강력한 턱 근육까지 더해지니, 피라냐가 무시무시한 포식자로 불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야생 피라냐는 주로 다른 물고기나 작은 수생동물을 먹는다. 때로는 물에 떨어진 새끼 새나 쥐 같은 작은 동물의 사체도 먹이로 삼는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무리를 지어 사냥하기도 하지만, 모든 종이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피라냐는 단독으로 생활하며 사냥에 나선다.
사람까지 잡아먹을 수 있는 식인 물고기일까?
피라냐 하면 떠오르는 무시무시한 이미지 때문에, “혹시 이 물고기가 사람까지 포식할 수 있는 게 아니냐”라는 의문이 생긴다. 사실 피라냐는 겉보기에는 흉포하지만, 의외로 소심한 면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피라냐는 살아 있는 대형 동물을 공격하지 않는다. “사람을 잡아먹는 물고기”라는 인식은 영화나 미디어가 과장해서 만들어낸 측면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피라냐는 사람을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특정 상황에서는 사람이 피라냐의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건기가 되면 강물이 얕아지고 먹잇감이 줄어든다. 이때 피라냐들이 좁은 공간에 몰리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물속에 들어가면 물릴 위험이 있다. 또한 피라냐는 피 냄새에 민감하기 때문에, 상처로 인해 피가 나는 사람이 물에 들어가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몇몇 사고가 보고된 바 있다. 2011년 볼리비아에서는 술에 취한 18세 청년이 카누에서 뛰어내렸다가 피라냐에 물려 사망했다. 2015년 브라질에서는 6세 소녀가 카누 사고로 익사했는데, 허리 아래가 거의 뼈만 남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다만, 이러한 사례들 대부분에서 피라냐는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기보다는 익사한 시신을 훼손한 경우가 많았다.
영상 속 피라냐, 정말 그렇게 무서운가?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피라냐가 순식간에 무언가를 먹어치우는” 영상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장면들 중 상당수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연출한 경우가 많다.
1913년 브라질 아마존을 방문했던 세오도어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이 “피라냐 떼가 소 한 마리를 순식간에 뼈만 남겼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현지 어부들이 일부러 강을 그물로 막아 피라냐를 몰아넣고 며칠간 굶긴 뒤 연출한 일이었다고 전해진다.
비슷한 일이 수족관에서도 벌어진다. 굶주린 피라냐를 한데 모아두고, 커다란 고깃덩어리를 던져 넣으면 흉포한 먹이 사냥 장면이 연출된다. 이런 영상들은 자연 상태의 피라냐 행동이라기보다는, 극적인 효과를 노린 연출로 볼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라냐가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특히 군집을 이루며 흥분 상태에 놓이면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피라냐의 위험성은 “메뚜기도 떼로 다니면 무섭다”는 말처럼, 무리지어 사냥할 때 그 위력이 배가된다는 점이다.
정리하자면…
피라냐는 강력한 이빨과 턱을 가진 무시무시한 포식자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살아 있는 사람을 적극적으로 공격해 통째로 먹어치우는 일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 피라냐의 흉포한 이미지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인터넷 영상이 만들어낸 과장된 연출의 결과물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피라냐의 서식지에서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출혈이 있거나, 물속에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피라냐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