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재활용만으로 충분할까?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은 급증하지만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 미만에 그친다. 대부분의 폐플라스틱이 매립·소각되어 환경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국제 협약 논의도 진행 중이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한계와 대안을 살펴보자.
플라스틱 재활용의 필요성과 한계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재활용은 환경 보호를 위한 필수처럼 여겨진다. 필자도 가정에서 사용하는 페트병부터 비닐봉지까지, 분리수거를 하면 어느 정도 플라스틱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며 의무처럼 행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재활용만으로는 쏟아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재활용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격차가 발생했고,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의 폭발적 증가
1950년대만 해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몇 만 톤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일회용 플라스틱의 급속한 보급과 다양한 산업에서 플라스틱 수요가 늘어나면서, 현재 생산량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예를 들어 2019년 한 해에 전 세계에서 4억 6천만 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생산되어, 2000년 대비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20년간 플라스틱 생산이 가파르게 늘어난 것이다
플라스틱 생산 증가는 위 그래프에서 잘 드러난다. 1950년대부터 2015년까지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추이를 보면 생산량이 수십 년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950년대부터 2015년까지의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추이 그래프. 플라스틱 생산량이 수십 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값싸고 편리한 플라스틱의 생산은 해마다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진 막대한 양의 플라스틱이 결국 폐기물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폐플라스틱의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환경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낮은 플라스틱 재활용률의 현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10%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우리가 분리배출한 플라스틱의 상당수가 실제로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배출한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 중 고작 9%만 재활용되었고, 나머지 91%는 재사용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고 한다
왜 이렇게 재활용률이 낮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플라스틱의 종류와 오염도에 따라 재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경제적으로 수지가 맞지 않아 회수된 플라스틱도 버려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선진국에서 분리배출된 플라스틱 폐기물이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쌓이는 문제도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만으로는 현재 쏟아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모두 처리하기 어렵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재활용되지 않은 플라스틱 폐기물은 모두 어디로 갈까? 상당량의 플라스틱이 매립지나 소각로로 향하고, 일부는 자연 환경에 그대로 남게 된다. OECD의 보고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플라스틱 폐기물 중 재활용된 것은 9%에 불과했고, 19%는 소각, 약 50%는 위생 매립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머지 22%는 관리되지 않은 채 버려지거나 노천에서 태워져 자연환경으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만 해도 연간 수백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고 남아 야생 생물을 해치고, 미세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우리 식탁까지 돌아오기도 한다. 매립된 경우에도 완전히 분해되지 않아 미래 세대에게 환경부담으로 남는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대부분은 재활용되지 못한 채 지구 어딘가에 계속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계속 증가하는 플라스틱 생산 추세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플라스틱 생산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인류는 갈수록 더 많은 플라스틱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미래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폐기물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칭화대학에서는 현재의 흐름이 이어지면 2050년경에는 약 120억 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지구에 누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OECD는 특별한 조치가 없을 경우 206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이 지금의 세 배 규모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생산량 증가에 비해 재활용 인프라와 감축 노력이 따라가지 못하면, 앞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플라스틱 소비는 전 세계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회용 포장재의 수요와 의료·산업 분야에서의 플라스틱 사용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기업들은 앞으로도 생산량을 늘릴 계획을 갖고 있어,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제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플라스틱 오염에 맞선 국제 협약 노력
이러한 전 지구적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 사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2년 3월,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유엔 환경총회(UNEA)에서 175개국이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국제 협약을 만들기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결의에 따라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 있는 글로벌 플라스틱 협정 초안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 국제 협약에서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설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대책을 담을 예정이다.
각 국가가 플라스틱 생산을 억제하고 재활용을 강화하며, 폐기물 관리 체계를 개선하도록 글로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목표다.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협약 협상을 위한 회의(INC)가 잇따라 열렸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면, 지구 규모의 플라스틱 쓰레기 위기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틀이 갖춰질 것이다. 물론 협약이 바로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국제적인 공조와 규제는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기반이 된다. 각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장기적으로는 플라스틱 감축과 대체 소재 개발에 나서도록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플라스틱 재활용은 분명 중요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낮고 생산량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 자체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일회용 플라스틱 의존을 낮추고, 필수적인 플라스틱은 재사용과 재활용이 쉽게 설계된 제품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플라스틱을 처음부터 덜 쓰고, 쓰더라도 최대한 다시 쓰는 구조로 전환해야만 지속가능한 순환사회를 이룰 수 있다. 우리 각자도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실천을 할 수 있다. 아래와 같은 작은 실천들이 모이면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재사용 가능한 제품 활용: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 휴대하기 등 일상에서 다회용품을 활용.
불필요한 플라스틱 줄이기: 플라스틱 포장이 과한 제품보다는 친환경 포장이나 벌크 상품을 선택하고, 빨대나 일회용 식기 같은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자제.
분리배출과 재활용 참여: 플라스틱을 사용할 때는 올바르게 분리배출하고, 재활용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을 응원.
기업의 생산 방식 변화와 정부의 정책 지원도 뒷받침되어야겠지만, 결국 소비자인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줄이는 작은 습관이 모여 큰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