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상공서 폭발한 혜성 파편|시속 8만km 불덩이가 하늘을 대낮처럼 밝혔다

2025년 11월 2일 포르투갈  밤하늘이 눈부시게 빛났다. 시속 8만km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날아든 혜성 파편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며 거대한 화구로 폭발한 것이다. 그 순간, 하늘은 몇 초 동안이나 마치 대낮처럼 밝아졌고, 포르투갈 전역에서 그 빛이 목격됐다.

이 현상은 유럽우주기구(ESA)의 관측 네트워크에 촬영되었으며, 일부 과학자들은 “혜성 파편이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상에서 지구와 같은 지점을 통과했기 때문에 일어난 우연한 충돌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고도 97km 상공에서 진입한 혜성 파편

고도 97km 상공에서 진입한 혜성 파편

이 장면은 ESA의 행성 방위국(Planetary Defence Office)이 운영하는 스페인 서부 카세레스 주의 카사스 데 미리안(Casas de Millán) 유성 관측소가 촬영했다.

이 시설은 유럽 각지의 밤하늘을 상시 감시하며 유성과 화구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감시 네트워크 AllSky7의 일부로 운영되고 있다.

관측 결과, 이 혜성 조각은 포르투갈 중부 루자(Lousã) 상공 약 고도 97km 지점에서 처음 포착되었다. 그 후 약 80km를 이동하면서 대기와의 마찰로 수천 도까지 가열되었고, 마침내 고도 43km에서 폭발했다.

속도는 시속 8만1,000km에 달했다.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 몇 초 만에 도달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속도다. 다행히 이 화구는 모두 대기 중에서 완전히 타버렸으며, 지표면에 운석이 떨어진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화구란 어떤 현상일까

화구는 일반적인 유성보다 훨씬 밝게 빛나는 현상을 말한다. 별똥별은 우주를 떠돌던 작은 먼지나 돌이 지구 대기에 들어와 공기와의 마찰로 불타며 잠깐 빛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화구는 그중에서도 훨씬 큰 파편이 대기에 돌진할 때 발생한다. 그 밝기가 압도적이어서, 때로는 금성보다도 더 밝게 보이기도 한다.

천문학에서는 금성과 같은 밝기(–4등급 이상) 의 유성을 화구로 분류한다. 그중에서도 낮 시간대에도 보일 만큼 밝거나, 폭발음이 동반되는 경우는 폭발 화구(Exploding Fireball)라고 부른다. 이번 포르투갈 상공의 화구도 바로 그 유형에 속한다.

 

또 다른 유성도 포착됐지만, 무관한 현상

 

이번 화구가 기록되기 약 1시간 전, AllSky7 카메라가 인근 하늘에서 또 다른 유성을 포착했다. 하지만 궤도가 전혀 달랐기 때문에 두 현상은 서로 관련이 없는 독립적인 사건으로 확인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유성과 화구의 궤도를 추적·분석하는 남서유럽유성네트워크(SWEMN)는 이번 포르투갈의 불덩이는 특정 혜성이 흩뿌린 파편이 지구의 공전 궤도와 교차하면서, 우연히 지구가 그 교점에 위치했던 순간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분석됐다.

 

할로윈 파이어볼과의 절묘한 타이밍

재미있는 점은 이 현상이 황소자리 남쪽 유성군(Southern Taurids) 활동의 절정기와 정확히 겹쳤다는 사실이다.

황소자리 남쪽 유성군은 매년 9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관측되며, 특히 11월 5일 전후에 유성이 가장 많이 출현한다. 출현 수 자체는 많지 않지만, 밝은 화구가 종종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 때문에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유성군을 할로윈 파이어볼(Halloween Fireba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포르투갈 상공에서 관측된 이번 불덩이는 황소자리 남쪽 유성군의 궤도와 일치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다른 혜성에서 떨어져 나온 파편이 우연히 지구와 마주친 결과로 해석된다.

 


하늘을 환하게 비춘 그 강렬한 섬광은 단 몇 초간의 일에 불과했지만, 그 순간은 마치 우주가 쏘아올린 불꽃놀이 같았을 것이다.

하룻밤 사이 하늘을 낮처럼 밝히는 그 장면을 직접 본 사람들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눈에 담았을 것이다. 필자 역시 언젠가 한 번쯤은 밤하늘을 가르며 폭발하듯 빛나는 그런 화구를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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