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어 보이는 국물 안에 파리가 풍덩 빠졌다고 생각해보자.
배도 고픈데, 그냥 파리만 꺼내 국물만 후루룩 마시도 될 것 같지만, 과연 이 국물은 먹어도 안전한걸까?
파리가 앉았던 음식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집파리’는 독도, 침도, 심지어 송곳니 같은 이빨도 없다. 겉보기엔 그저 날아다니면서 이리저리 앉는 평범한 곤충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파리의 식습관을 알고 나면 굉장히 기분이 더러울 것이다.
파리는 딱딱한 음식을 씹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음식을 ‘녹여 먹는’ 과정을 거치는데, 침과 위액을 음식 표면에 토해내 그 물질을 말랑말랑하게 만든 다음, 음식물을 빨아들이며, 먹으면서 동시에 배설을 하고, 암컷이라면 알까지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 앉는다고 당장 큰 문제 생기겠어?’라고 비위가 강한 사람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파리가 무엇을 먹고 어디를 돌아다니느냐다. 파리는 썩은 음식물 쓰레기나 동물의 배설물을 헤집고 다니면서 수많은 병원균을 몸에 달고 다니는데, 파리는 살모넬라나 결핵균, 촌충 등 100가지가 넘는 질병과 기생충을 옮길 수 있다.
또한,
파리가 아주 잠깐이라도 음식 위에 앉았을 때, 이미 그 다리에 붙어 있는 각종 세균이 순식간에 음식 속으로 옮겨갈 수 있다. 특히 파리 다리는 병원성 미생물의 ‘핵심 운반 경로’로 간주된다. 공중에 붕 떠 있다가도, 잠깐 착륙하는 그 순간 음식물이 세균의 새로운 번식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을 열심히 만들고 예쁘게 담아놨는데, 어느새 날아온 파리 한 마리가 그 모든 정성을 망쳐버릴 수 있다니, 당장이라도 화가 치밀어 오를 법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걸 계속 먹어야 하나, 버려야 하나?’라는 질문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버리는 게 안전하다
파리가 한 번이라도 발자국을 찍고 간 음식이라면, 아쉽지만 아까워도 버리는 것이 좋다. 아쉬움으로 그 음식을 그대로 섭취했다가, 혹시 모르는 병원성 세균에 노출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 세균에 감염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위험 가능성을 무시하기에는 파리가 지닌 ‘이동식 전염 매개체’ 성격이 너무나 선명하다.
이쯤 되면, ‘평소에 파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실 야외나 피크닉 장소라면, 음식을 꼭 필요한 순간까지 뚜껑으로 덮거나 밀봉해 두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식당에서 날벌레가 보인다면, 억지로 그냥 먹지 말고 가급적 새로운 음식을 요청하는 게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