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숲속에서 울린 비명, ‘귀신의 목소리’로 오해받은 중국 청년의 구조 이야기

미얀마 국경과 가까운 태국 타크(Tak) 주 메솟(Mae Sot) 지역의 주민들은, 밤마다 숲속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소리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처음에는 “도대체 누가 밤늦게 그런 무서운 소리 지르는 걸까?” 싶었지만, 이내 마을 사람들은 그것이 ‘유령의 목소리’라며 기피하기 시작했다. 어둠이 깔린 숲에서 내내 고함 소리가 들리는데, 웬만한 담력으로는 직접 확인하러 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귀신의 목소리”라던 정체, 사실은 메마른 우물 속에 갇힌 청년

 

 

사흘 동안이나 밤낮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던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는, 끝내 경찰에 의해 밝혀지게 되었다. 2024년 11월 24일, 지역 경찰은 잇따른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즉시 구조대를 편성했다. 구조대원들은 불안에 떠는 주민들을 진정시키고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다.

기괴한 비명소리가 커지자, 대원들은 큰소리로 “거기 누구 있습니까!” 하고 불렀고, 믿기지 않게도 누군가가 작게나마 응답을 했다. 곧 한적한 숲 한가운데 버려진 옛 우물이 나타났다. 우물 안을 랜턴으로 비춰보자, 그 깊숙한 곳에 사람이 있었다. “정말 사람이야?” 하는 놀람과 동시에, 대원들은 신속하게 구조 작업에 돌입했다.

 

12m 아래에서 3일간 버틴 22세 중국인 청년 ‘류촨이(柳伝義)’

 

구조대원들은 밧줄과 안전장비를 동원해 약 30분 만에 우물 속 남성을 끌어올렸다. 확인 결과, 그는 22세의 중국인 류촨이(柳伝義)였다고 한다. 사흘 동안 물 한 모금, 음식 한 점도 없이 우물에 갇혀 있었던 그는 이미 탈진 상태에 가까웠다. 더욱이 손목이 골절되고, 뇌진탕과 타박상까지 입은 상태라 병원으로 즉각 이송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큰소리를 낸 건 1시간에 한 번 정도뿐이었다고 한다. 체력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의 비명을 “유령의 목소리”로 오인해, 밤마다 더욱 겁에 질렸고, 소리가 들리는 숲 근처로는 감히 발도 들이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가 신고를 조금만 더 늦게 했다면, 무사히 살아나오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었다.

 

왜 중국인이 태국 미얀마 국경 숲에?

 

경찰 당국은 ‘류촨이’가 숲을 지나다 실수로 오래된 우물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물 자체가 방치된 채 입구가 덮여 있지 않아, 누구라도 빠질 위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사 사고를 막기 위해 우물에 덮개를 씌우거나 봉쇄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정작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건, 애초에 왜 중국 국적의 청년이 태국과 미얀마가 접경하는 오지 숲까지 오게 되었느냐는 점이다. 경찰과 출입국관리국은 현재 입국 경로와 체류 목적 등을 조사 중이며. 퇴원하는 대로 면담을 통해 자세한 경위를 알아낼 방침이다.

중국 현지 언론은 이 사건을 크게 보도했는데, “인적이 드문 숲에서 중국어로 구조를 요청했으니, 현지인들이 무슨 마법 주문이라도 외우는 줄 알았을 거다”라거나 “3일 밤낮을 고함치며 견뎌낸 그의 체력이 대단하다” 같은 반응들이 온라인 상에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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