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오랫동안 ‘영원한 생명’을 꿈꿔왔다. 고대 중국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원전 3세기,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황제, ‘진시황’은 불로불사를 원했다. 그는 수많은 신하를 중국 전역에 파견하여 영생의 영약을 찾아오라는 명을 내렸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해답이 있었다. 수은.
“수은? 그거 독 아니야?”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다. 수은은 신경계를 손상시키고, 장기를 파괴하는 독성 물질이다. 하지만 당시의 진시황은 수은이 ‘영생’을 가져다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리고 기꺼이 그 독을 삼켰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불로불사의 영약을 찾아서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도 수은이 사용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라틴어로 히드라르기룸(Hydrargyrum)이라 불리는 수은은 ‘물’과 ‘은’의 합성어로,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금속이다. 이런 독특한 성질 덕에 고대인들은 수은이 신비로운 힘을 지녔다고 믿었고,
진시황 역시 수은이 불로불사의 비밀을 간직한 물질이라 확신했다. 그는 스스로를 ‘하늘의 뜻을 받은 존재’라고 여겼고, 영생을 얻어 영원히 통치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불로불사에 대한 집착은 단순한 권력욕이 아니었다. 그것은 극심한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죽음을 두려워한 황제
진시황은 암살과 병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그는 궁궐 밖으로 나가는 것을 꺼려했고, 외부와 단절된 채 이동할 수 있도록 궁궐 내부에 거대한 통로를 건설했다. 또한 자신의 위치를 발설하는 자는 즉각 처형하는 엄격한 법을 만들었다. 그의 불로불사는 단순한 야망이 아니라 “죽고 싶지 않다”는 절박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황제는 학자, 연금술사, 점성술사 등 중국 전역의 지식인들에게 불사의 영약을 찾으라는 명을 내렸다. 2002년에 발견된 죽간(대나무 서책)에는 황제의 명령이 중국의 오지와 작은 마을까지 전달되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나 10년이 넘는 탐색에도 영약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절대 권력자에게 “찾을 수 없습니다”라는 보고는 용납되지 않았다.
수은을 삼킨 황제
어느 날, 황제의 신하 중 한 명이 보고했다.
“불로불사의 비밀은 은빛으로 빛나는 액체에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수은이었다. 당시 연금술사들은 붉은 광물을 갈아 만든 ‘진사’, 황화수은을 불사의 영약이라 믿었다. 이들은 “진사를 먹으면 육체가 썩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진시황은 망설임 없이 그 약을 복용했다.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드디어 영생을 얻을 수 있구나!”
그는 매일같이 수은이 포함된 알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수은은 강력한 신경독이다. 장기간 섭취하면 중추신경이 손상되고, 정신 착란과 심각한 건강 이상을 초래한다.
진시황은 불로불사를 꿈꾸다 오히려 죽음을 앞당기는 독약을 매일 먹고 있었던 것이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은 궁전에서 극심한 질병으로 쓰러졌고,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나이, 49세.
그가 불멸을 꿈꾸며 삼킨 ‘영약’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독약이었던 것이다.
진시황의 무덤, ‘수은의 강’이 흐르는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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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수은과 진시황의 이야기는 그가 죽어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측근들은 황제가 사후 세계에서도 제국을 다스릴 수 있도록 거대한 무덤을 조성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수은으로 된 강이 흐르게 했다.
중국 역사서 “사기”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남아 있다.
“무덤 안에 수은으로 강과 바다를 만들어 백 개의 강을 재현하고, 천장은 밤하늘처럼 별을 새겼으며, 바닥에는 대륙의 지형을 본떠 만들었다.”
진시황의 무덤은 수은으로 조성된 ‘죽음의 세계’였던 것이다.
무덤을 열지 못하는 이유
197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진시황의 무덤이 있는 지역의 토양을 분석했다. 결과는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무덤 주변의 토양 속 수은 농도가 평균보다 100배 이상 높게 검출되었다.
1980년대와 2003년 연구에서는 지하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의 수은이 검출되었다.
무덤을 개봉할 경우, 대량의 유독성 수은이 방출될 위험이 있다는 점 때문에 중국 당국은 아직까지도 무덤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