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시절 잊지 못할 선생님의 눈물, 그리고 내 마음을 지켜준 따뜻한 말 한마디

※이 글은 실제 이야기를 참고해 재구성한 글이다.

내가 그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중학교 1학년 봄이었다.

선생님은 우리 반 담임이었다.

밝고, 에너지 넘치지만, 화날 땐 진짜 화를 내셨다.

책상을 쾅 하고 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에 처음엔 조금 놀랐지만,

나는 금세 그 열정적인 선생님을 좋아하게 됐다.

“이 선생님이 우리 담임이라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만큼 귀한 만남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중학교 1학년 후반, 나는 따돌림을 당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지금도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다.

하지만 매일매일이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다는 건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그래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친구에게도.

어릴 적, 초등학교 때에도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말한다고 해결되진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해결’이라는 이름의 “대화”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이미 깨닫고 있었다.

불려나가, 가해자와 마주 앉아,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것.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의 성격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속으로는 “결국 또 반복될 뿐이야”라고, 이미 체념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참고, 무시하고, 시간이 흘러가길 기다렸다.

 

그런 어느 날, 선생님에게 불려갔다.

무슨 일일까 싶어 교무실에 갔더니, 선생님은 평소의 밝은 얼굴과는 조금 다른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괴롭힘 당한 거, 들었어.”

누군가가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해준 모양이었다.

나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전부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을 들어줬고, 중간중간 눈썹을 찌푸리거나 주먹을 꽉 쥐기도 했다.

다 말한 뒤, 선생님은 짧게 한마디 했다.

“…대충 알겠어.”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다.

“그 녀석들, 제대로 한마디 해줘야겠네.”

그 말을 듣고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대화” 따위가 아니라, 그 아이들에게 직접, 강하게 말해주겠다는 뜻.

솔직히, 그게 정말 기뻤다.

 

하지만

그다음에 나온 선생님의 말이, 내 마음을 산산조각 냈다.

“…왜, 말 안 했어?”

추궁도 비난도 아닌, 그저 조용히 흘러나온 말이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귀찮아서요” 같은 말, 그런 선생님 앞에서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말없이 있는 나에게, 선생님은 조용히 말했다.

“…눈치 못 챈 내가 미안하다.”

그 말은, 늘 활기차고 강한 선생님답지 않게, 조용하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내 가슴이 미어졌다.

몰라본 게 선생님이 아니라

말하지 않은 게 나였다.

미안함과 따뜻함과 안도감.

그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조심스레 얼굴을 들자, 선생님의 눈가에 눈물이 어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 눈물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괴롭힘은 금세 해결되었다.

가해자 아이들은 제대로 혼났는지, 이후엔 얌전해졌고

선생님은, 내가 원하던 대로, 부모님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귀찮은 일 만들지 않을게.”

그 배려가 무엇보다 고마웠다.

끝까지, 좋은 선생님이었다.

 

중학교 2학년이 되자, 선생님과의 접점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복도에서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조금 아릿했다.

그때, 선생님의 눈가에 맺힌 그 눈물.

그건, 중학교를 졸업한 지금도 내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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