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정리가 유독 안 되는 주방을 들여다보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살림의 나쁜 습관들이 숨어 있다.
오늘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꽉 막혀 있는 주방, 물건이 계속 쌓이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3가지 특징을 짚어본다.
치워도 금방 엉망진창…” 주방 정리 못하는 사람들의 3가지 특징
주방이 좁아서 주방 정리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 60평 아파트에 살아도 이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주방은 금세 창고로 변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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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쓰겠지?” 비닐봉투 수집가
배달 음식을 시키거나 편의점에 들르면 어쩔 수 없이 비닐봉투가 생긴다. 주방 정리가 서툰 분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 비닐들을 “언젠가 필요할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무한정 모은다는 점이다. 이렇게 뭉쳐 놓으면 미관상 좋지 않을뿐더러, 정작 필요할 때 크기에 맞는 봉투를 찾느라 뒤적거려야 해서 더 어지러워진다.
비닐봉투 정리는 개수가 아니라 부피로 통제해야 한다.
작은 티슈 상자나 서랍 한 칸 등 비닐봉투를 보관할 물리적 한계선을 정하고, 부피를 줄이기 위해 귀찮더라도 삼각형 딱지 모양으로 접어 보관한다. 정해둔 상자가 꽉 차면, 새로 들어온 봉투는 과감히 버리거나 일반 쓰레기를 담아 즉시 배출한다.
“딱 이 상자에 들어가는 만큼만 가진다”는 원칙만 세워도 주방 서랍 한 칸의 여유를 되찾을 수 있다.
“이 정도는 괜찮아” 이 빠진 그릇 방치하기
혼수로 해온 비싼 그릇 세트, 해외여행에서 사 온 예쁜 접시…. 그래서인지 가장자리가 살짝 깨지거나 실금이 가도 차마 버리지 못하고 찬장 깊숙이 넣어둔다.
“뒷부분이라 잘 안 보이니까 그냥 써야지.”
“손님용은 아니지만 막 쓰기엔 괜찮아.”
이런 생각으로 하나둘 남겨둔 그릇들이 식기장을 점령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깨진 그릇을 쓰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첫째, 위생과 안전 문제가 있다. 깨진 틈새로 세균이 번식하기 쉽고, 설거지하다가 손을 다칠 위험이 크다. 깨진 그릇의 가루가 음식에 들어갈 수도 있다. 둘째, 풍수지리학적 관점이다. 옛 어른들은 “깨진 그릇은 복을 쫓아낸다”라고 했다.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매일 밥을 먹을 때마다 깨진 부분을 보며 “아깝다, 찜찜하다”라고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식사 시간을 방해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릇은 소모품이다.
1년에 한 번, 연말이나 명절 전에 모든 그릇을 꺼내 상태를 점검하고, 실금이 갔거나 이가 나간 그릇은 미련 없이 신문지에 싸서 버리자. 만약 정말 아끼던 그릇이라 버리기 힘들다면, 똑같은 새 그릇이나 그 빈자리를 채울 더 예쁜 그릇을 하나 들인다. 새것이 들어오면 헌것을 내보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어? 여기 또 있었네?” 개봉한 식품의 도플갱어
주방 정리가 안 되는 집의 팬트리나 냉동실을 열어보면 분명히 뜯어진 튀김가루가 있는데 저 뒤쪽에 또 뜯어진 튀김가루가 나오고, 반쯤 먹다 남은 과자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원인은 재고 파악 실패와 1+1 행사의 유혹이다. 마트에서 세일한다고 사 왔다가, 기존에 뜯어놓은 제품이 있는 줄 모르고 새것을 또 뜯는 악순환이다.
개봉한 식품을 여러 개 방치하면 맛과 향이 변하는 것은 물론이고, 쌀벌레나 바퀴벌레 같은 해충을 불러들인다. 결국 다 먹지도 못하고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게 되니, 돈 낭비와 환경 오염으로 이어지는 가장 나쁜 습관이다.
개봉한 식품만 모아두는 바구니나 칸을 따로 만들어, 요리할 때 무조건 이곳부터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고 봉지째 집게로 집어두면 내용물이 안 보여 또 새것을 뜯게 되니. 자주 쓰는 가루나 곡류는 투명한 밀폐 용기에 담아 잔량을 한눈에 보이게 하자.
주방 정리, 비움에서 시작
주방이 어수선한 건 여러분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그저 물건이 들어오는 속도보다 나가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주방으로 가서 서랍 한 칸만 열어보고 넘쳐나는 비닐봉투부터 절반으로 줄여보는 건 어떨까? 작은 비움 하나가 주방에 숨 쉴 틈을 만들어주고, 그 여유가 요리의 즐거움을 되찾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