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아포칼립스, 좀비가 존재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부산행` 같은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를 보면서, “진짜 저런 좀비가 나타나면 어떡하지?”라고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TV에서 재난 뉴스를 볼 때도 가끔 그런 상상을 한다. 정말로 좀비가 출몰해 세상이 뒤집힌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까.

 

 

부패·면역·감각 무력화 등 좀비 존재가 현실에서 불가능한 8가지 이유

 

흔히들 말하듯이, 일단 일상적인 생존에 필요한 기초 물품부터 구비해야 한다. 물, 식량, 의약품, 그리고 온갖 무기들이 필요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다. 사람들 사이에는 늘 뭔가를 빼앗거나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서 있는, ‘절박한 영혼’들이 존재한다. 당장 내 가족만 지키기도 힘든 판에, 예측 불가능한 인간들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도심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돌아다니는 좀비 무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한 은신처를 찾는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좀비 떼, 혹은 시체 군단은 어제의 친구라도 오늘은 알 수 없는 ‘적’이 될 수 있다. 이들은 살점을 먹기 위해서라면 도로나 건물, 가정집까지 무자비하게 침투한다.

그런데 말이다. TV 시리즈인 워킹데드나 영화 부산행 등을 통해 우리는 좀비가 어떻게 사람 몸에 들어와서 조종하는지 생생히 ‘체험’하게 된다. 이런 콘텐츠를 보고 나면 때때로 “진짜 좀비가 나타날 법도 한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혹은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의심도 생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까지의 인간 생물학 지식으로 미루어 볼 때, 좀비는 ‘사실상’ 불가능한 존재다. 물론 영화에서나 게임 속에선 마음껏 볼 수 있지만, 현실에선 다른 얘기다.

 

“좀비”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좀비는 쉽게 말해 ‘언데드’ 상태다. 이미 죽었지만 움직이고, 사람의 뇌나 살점을 탐한다. 한국의 옛 전설엔 귀신이나 요괴의 형상이 있고, 서양에선 좀비라는 캐릭터가 자주 등장한다. 이런 ‘산 송장’ 모티프는 셀 수 없이 많은 영화, 소설, 게임에서 반복되었다.

  • 어떤 스토리에서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 어떤 스토리에서는 방사선 누출이 일으키는 돌연변이 때문이다.
  • 또 다른 스토리에선 곰팡이나 기생충이 사람의 뇌를 지배한다.

1968년 고전 영화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사실 ‘구울(ghoul)’로 불렸지만, 요즘 우리가 아는 좀비의 특징은 느리지만 집요하게 다가오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능(?) 여럿 갖추고 있다. 반면 2013년 월드워Z에서처럼, 인터넷 시대를 반영해 미친 듯이 빠르게 달리는 좀비도 있다. “죽었다”고 믿기엔 너무나도 날렵하고, 심지어는 어느 정도 집단 지능마저 보인다.

이렇듯 좀비는 “생각할 수 없다”며 비틀거리면서도, 때로는 짐승보다 더 빠르게 뛰어들어 사람을 사냥한다. 신체가 썩어들어가는데도 괜찮아 보이고, 차가운 시체 같은데도 몸을 움직인다. 이 자체가 이미 물리학적, 생물학적 모순이다.

 

1. 습도가 주는 고통

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는 시체가 빠르게 부패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다. 곤충과 박테리아가 왕성하게 활동해, 부패 속도를 가속화한다. 반면 사막처럼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에선, 좀비 시체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진 미라’가 될 것이다.

추운 겨울이라면 어떨까? 날씨가 영하로 크게 떨어지면, 이미 썩어 약해진 좀비의 뼈는 더 부서지기 쉬워진다. 잘못 비틀거리다 바닥에 넘어지기만 해도 뼈가 부서져 버릴 수 있고, 그러면 스스로 몸을 지탱하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외선도 강풍도 폭우도 우박도 눈보라도 모두 시체에게는 최악이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 좀비가 지하실이나 폐쇄된 공간, 버려진 시설 등에 자주 모여 있다는 설정이 나오곤 한다. 어쩌면 밖의 가혹한 기후로부터 본능적으로 보호받으려는 시체들의 어설픈 ‘생존 본능’일 수도 있다.

 

2. 아니, 저 상태에서 어떻게 걷지?

 

인간은 근육, 힘줄, 뼈, 그리고 신경계가 정교하게 맞물려 ‘걷기’와 ‘달리기’를 한다. 이 중 하나만 망가져도 다리를 절거나 못 걷게 되는데, 좀비는 어떻게 해서든 움직인다. 게다가 팔이나 다리가 찢기고 살점이 달아났는데도, 때로는 엄청난 스피드를 보여준다.

심지어 뇌에 총알이 박힌 상태로도 달려오기도 한다. 뇌가 중요한 부분을 크게 다치면 정상적인 움직임은커녕 호흡조차 힘들다. 이게 제일 큰 모순이다. “뇌를 파괴해야 좀비가 죽는다”는 클리셰마저, 생물학적으로 보면 사실 납득하기 쉽지 않다. 이미 죽어 있는 시체가 어떻게 움직이냐는 본질적 의문이 더 크니까 말이다.

 

3. 말도 안 되는 면역력

 

우리가 감기나 독감,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을 앓으면, 대부분은 면역세포 덕분에 회복된다. 인간은 백혈구, 항체 등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온 병원체와 싸워 이길 수 있다. 물론 면역력이 떨어지면 온갖 질환이 찾아오고, 심하면 생명을 위협받는다.

그런데 좀비는 이미 죽은 상태이거나 죽음에 준하는 상태다. 면역체계가 작동할 이유도, 가능성도 없다. 곰팡이, 바이러스, 박테리아 모두 좀비의 썩어가는 몸속에서 번식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누릴 것이다. 그야말로 ‘부패 속도가 가속화’되는 셈이다. 한편으론, 빨리 썩어 들어가야 인간들 입장에서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

 

4. 대사 작용의 붕괴

 

사람이 밥을 먹는 이유는 명확하다. 영양소를 섭취해 신체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우리는 먹고 난 음식물—예를 들어 삼겹살 한 점—을 잘게 부수고, 위와 장에서 흡수하여, 필요한 칼로리와 영양분을 얻는다. 이것이 바로 대사(메타볼리즘) 작용이다.

그런데 좀비는 이미 죽은 상태에서, “뇌를 먹는다”든지 “살점을 갉아먹는다”든지 행동을 한다. 그래 놓고 활동할 에너지를 어디서 끌어올까? 이미 몸이 썩어가는데, 간과 심장, 위와 장, 혈액이 전부 제대로 돌아갈 리 없다. 대사 작용이 일어날 여지가 없다. 기껏 먹은 뇌나 살점은 소화기관 어딘가에서 썩거나, 혹은 아예 식도로 넘어가지도 못하고 사라져버릴 것이다.

 

5. 야생동물들은 가만히 있을까?

 

아포칼립스 시나리오에서 좀비만큼 무서운 게, 곰이나 늑대, 들개, 하이에나 같은 맹수들이다. 이들은 배가 고프면 무엇이든 사냥할 수 있다. 그럼 썩은 좀비 사체가 사방에 널려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배고픈 맹수들은 가리지 않고 달려들 것이다.

쥐나 너구리, 주머니쥐처럼 작아 보이는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사지를 잃은 좀비가 진흙탕에 처박혀 비틀대고 있다면, 그 자리에서 야금야금 갈가리 뜯어먹힐 공산이 크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좀비 개체 수는 야생동물에 의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6. 오감이 망가지면 뭘로 사람 찾아?

 

우리는 오감, 즉 시각·청각·촉각·미각·후각을 통해 세상을 인식한다. 여기에 평형감각이나 통각 등의 세부 감각도 포함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썩어들어가는 좀비가 이런 감각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 시각: 가장 먼저 상하기 쉬운 눈이 제 구실을 못 한다면, 점차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할 것이다.
  • 청각: 귓속 구조가 무너지면 사람 목소리나 발소리를 듣기 어려울 것이다.
  • 후각: 본인 몸에서 풍기는 악취 때문에 제대로 냄새를 맡기 힘들 것이다.

결국, 감각이 무너진 좀비들은 사람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는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운 좋게’ 희생양을 찾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이라면, 멀쩡한 인간이 방어력을 갖추고 있는 한 쉽게 당하진 않을 것이다.

 

7. 조류 독감만큼도 못 한 전염성

 

홍역은 감염자 근처에만 가도 90%가 전염된다고 알려질 정도로 무서운 바이러스다. 공기로 퍼지는 전염병은 이처럼 전파력이 강하다. 그런데 좀비는 굳이 사람을 직접 물어뜯어야만 상대를 전염시킬 수 있다(많은 좀비물 설정이 그렇다).

이건 확산 효율이 굉장히 낮다. 쓰러져가는 좀비가 운동능력이 좋은 사람을 붙잡고, 또 충분히 길게 물 수 있어야 전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런 행위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물리는 과정에서 반격당할 위험도 커진다. 게다가 이 과정을 매번 되풀이해야 대규모로 전파될 텐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8. 시간은 상처를 치유하지만, 좀비에겐 해당 없음

 

사람 몸은 작게 베인 상처도, 심지어 골절이라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회복 가능하다. 물론 충분한 치료와 휴식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좀비에게 그런 치유 메커니즘이 있을 리 없다. 이미 죽었거나, 죽음과 비슷한 상태다.

조그만 상처도 시간이 지나면서 곪거나 커질 것이고, 계속 부패가 진행돼 마침내 살점이 뼈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화상이라도 입으면 금세 끔찍한 모습으로 문드러져, 내장과 뼈가 노출될 것이다. 결국 아무런 ‘재생’이 이뤄지지 않고 상태만 악화되는 신세다.

 

9. 좀비는 아마 배변을 못 할 것

 

조금 황당할 수 있지만, “먹은 걸 어떻게 배출하나?”는 중요한 생물학적 질문이다. 사람의 위는 평균 1리터가량(약 30온스) 수용 가능한 근육 주머니다. 많이 먹으면 일정 부분 확장도 가능하다. 그런데 좀비의 위와 장이 제대로 기능할까?

소화기관 군데군데 구멍이라도 뚫려 있다면, 먹은 음식이 그대로 흘러내리거나 썩어버릴 것이다. 제대로 된 대사 작용이 없는 만큼, 음식물을 통해 영양분을 흡수하기도 힘들다. 결국 배변은커녕, 뱃속에서 고여 부패한 음식물 때문에 더 빨리 썩어갈 뿐이다.

 

10. 좀비를 위한 ‘의치’는 없다

 

마지막으로, 좀비가 무는 ‘이빨’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인간 치아의 에나멜질은 굉장히 단단하지만, 꾸준히 닦고 관리하지 않으면 충치가 생기고, 잇몸 질환이 발생한다. 좀비는 양치나 치실 같은 것은 꿈도 못 꾸니, 당연히 치아가 빠져나가거나 깨질 가능성이 크다.

설령 좀비가 처음에는 멀쩡한 치아를 가지고 있다고 쳐도, 썩고 부패하는 잇몸을 버텨낼 재간이 없고, 아무리 단단한 에나멜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마모되거나 손상될 것이다. 이빨이 다 빠져 버리면 물고 싶어도 못 문다. 물론, `부서진 치아`라도 워낙 위험하니 방심은 금물이겠지만 말이다.

결론적으로, 영화에서나 “머리를 부숴야 좀비가 죽는다”라는 설정은 흥미롭지만, 실제 과학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날씨, 부패, 동물의 공격, 감각 무력화, 면역력 부재 등 좀비가 ‘오래 버틸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

 

“좀비 아포칼립스”를 꿈꾸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좀비가 출몰한다면?” 같은 이야기를 우스갯소리로 가끔 한다. 종말 이후의 생존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나면, 직장이나 학교를 벗어나 총이나 야구방망이를 들고 숲속에 텐트를 치고 살면 어떨까, 하는 공상을 해본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영화처럼 `창의적이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모험`이 이어질까?

나는 개인적으로 만약 진짜로 세상이 좀비로 뒤덮인다면, 아마도 좀비가 날 잡아먹기도 전에 ‘의약품, 휘발유, 깨끗한 물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에 먼저 무너질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내 몸은 자꾸만 나이가 들어가는데, 건강보험도 없는 상태로 아포칼립스가 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니 차라리, `좀비는 현실 세계에 나타날 리가 없다`는 결론이 더 마음 편하지 않은가. 현생을 열심히 살며, 언제 어디서나 `방역`과 `위생`에 신경 쓰는 것이 훨씬 더 실리적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좀비를 보고 싶다면 그저 영화관이나 OTT 서비스를 켜면 된다. 현실에선, 말 그대로 잠들어 있는 시체가 그대로 잠들어 있는 게 제일 낫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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