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한겨울이 되면 유독 “배가 살살 아프다”,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진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을 수축시키는데, 이때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장의 움직임(연동운동)이 눈에 띄게 둔해지기 때문이다.
활동량이 줄어드는 겨울철, 장이 제 기능을 못 하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피부 트러블이나 만성 변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온활과 장내 생태계를 살리는 발효식품의 조합이다.
오늘은 추운 겨울 우리 몸의 중심인 장을 따뜻하고 튼튼하게 지켜줄 발효식품 종류와 활용법을 다뤄보겠다.
왜 겨울일수록 발효식품에 집중해야 할까?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장 건강에 훨씬 취약한 시기다. 여기에는 영양학적, 생리학적인 세 가지 이유가 있다.
굳어버린 장의 움직임을 깨우는 유익균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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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 우리 몸의 자율신경 균형이 무너진다. 자율신경은 소화와 배설을 조절하는데, 이 균형이 깨지면 장의 연동운동이 약해져 변비가 생기거나 가스가 차기 쉽다. 이때 유산균, 비피더스균, 고초균 등이 풍부한 발효식품을 섭취하면 장내 환경이 빠르게 정돈된다. 유익균이 활성화되면 장의 운동성이 살아나고, 냉기로 인해 둔해진 소화 기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면역력의 70%는 장에서 결정된다
겨울은 독감이나 감기 같은 감염병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그런데 우리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의 약 70%가 장에 집중되어 있어,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영양제를 먹어도 면역력이 제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발효식품은 장내 유익균에게 직접적인 지원군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먹이(프리바이오틱스)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하여 면역 시스템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준다.
따뜻한 조리법과의 환상적인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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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식탁의 주인공은 단연 뜨끈한 국물 요리다. 한국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된장, 청국장, 김치 등은 찌개나 전골 같은 따뜻한 음식과 매우 잘 어울린다. 몸을 안팎으로 따뜻하게 데워주는 조리법에 발효식품을 더하면, 체온을 높이는 온활 효과와 장건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
겨울 건강을 책임질 발효식품 종류 4가지
우리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도 겨울철 장건강 관리에 탁월한 효과를 내는 발표식품 종류들을 소개한다.
된장

된장은 유산균과 아미노산이 풍부해 장 건강은 물론 해독 작용에도 탁월하다. 특히 겨울철 시래기 된장국 한 그릇은 식이섬유와 발효 영양소를 동시에 섭취할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다.
◊ 된장에 들어있는 유익균은 고온에서 오래 끓이면 사멸할 수 있다. 국을 끓일 때 처음부터 넣기보다는, 마지막에 불을 끄기 직전 혹은 불을 끄고 나서 된장을 풀어 넣으면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식혜

식혜는 천연 포도당과 비타민 B군이 풍부하다. 겨울에는 차갑게 마시기보다 체온과 비슷한 정도로 따뜻하게 데워 드시길 권한다. 여기에 따뜻한 성질의 생강이나 계피 가루를 살짝 뿌리면 혈액순환을 돕고 냉증을 완화하는 훌륭한 온활 음료가 된다.
청국장

콩을 발효시켜 만든 청국장은 바실러스균의 보고다. 장내 부패균을 억제하고 변비 개선에 독보적인 효능을 보인다.
김치

김치는 고추의 캡사이신 성분이 대사를 촉진하고 체온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또한,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수많은 유산균은 겨울철 무거워진 장을 가볍게 비워준다.
◊ 김치찌개나 김치전골로 즐기면 맛은 좋지만 유산균은 줄어든다. 장건강을 최우선으로 한다면 잘 익은 김치를 생으로 곁들이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위장이 약해 생김치가 자극적이라면 살짝 볶거나 찜으로 조리해 드시는 것도 방법이다.
추위에 몸이 움츠러들듯, 우리 장도 추위 앞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이 계절, 정성껏 발효된 음식을 통해 장속 유익균들에게 힘을 보태주자.
몸 안쪽부터 따뜻하게 채워주는 발효식품의 힘은 여러분의 겨울을 한층 활기차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