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의 연구 기관들이 9,000쌍이 넘는 쌍둥이를 대상으로 조사했는데,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유전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음악에 귀기울이며 감동을 받는 정도가 절반 이상(약 54%)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면, 어떤 사람들은 이어폰을 끼고 몇 시간이고 음악에 빠져들지만,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또한 있을 것임으로, 고개가 “그럴 수 있지”라며 끄덕여진다.
이를테면, 어떤 곡을 들으면 눈물이 울컥 쏟아진다거나, 춤을 추고 싶어서 몸이 들썩일 만큼 흥이 올라오는 현상도 어느 정도는 “유전자 탓”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연구진은 이걸 두고 “음악적 재능이나 일반적인 즐거움과 딱 맞아떨어지는 개념”은 아니라고 말한다. 예컨대 노래를 잘 부른다든지, 악기를 잘 다룬다든지 하는 능력하고는 별개라는 것이다. 심지어 “평소에 다른 취미생활을 잘 즐기는가?”라는 점과도 완전히 같지는 않다. 다시 말해, 음악만 들으면 깊은 몰입 상태에 빠지지만, 다른 영역에 대해서는 흥미를 못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뜻이다.
또한, 이 ‘음악을 통해 기쁨을 느끼는 능력’이 세분화되어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춤을 추는 것과 감정을 폭발시키며 감동을 느끼는 것, 혹은 여러 사람과 함께 연주하며 협동의 묘미를 즐기는 것 등이 각각 다른 유전자 경로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마치 한 사람 안에도 다양한 취향의 스위치가 있어서, 어떤 스위치는 어릴 때부터 눌려 있고, 어떤 스위치는 언제 그 버튼이 작동될지 모른다는 식이다.
그렇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의 절반 이상이 유전적이라 해서, 모두가 똑같이 음악을 사랑하게 된다거나, 환경이 전혀 중요치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개인의 성장 환경, 주변 사람들과의 교류, 다양한 경험 등이 서로 뒤엉켜, 결국에는 “난 이 곡을 들을 때마다 추억이 떠올라서 좋아”라는 식의 개별적 반응을 만들어낸다. 어떤 사람은 클래식 음악에 열광하고, 다른 누군가는 힙합이나 록 음악에서 인생의 활력을 찾는다. 유전은 그 방향성과 감수성을 어느 정도 정해줄 뿐, 구체적인 취향과 깊이 있는 즐거움은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셈이다.
물론, 아직은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 음악을 전혀 즐기지 못하던 사람이 어느 계기를 통해 갑자기 음악에 푹 빠진 사례도 있고, 가족은 모두 노래와 거리가 먼데 혼자만 대단한 음악적 열정을 뽐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의문을 풀어가다 보면, 언젠가 우리는 우리의 뇌와 마음이 어떻게 감동을 느끼고, 어떻게 예술을 향유하는지 한층 선명히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