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가 몸 색깔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 깜짝할 새 검은색에서 투명한 색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체색 변화 능력은 부럽기도 하다. 필자는 가끔씩은 어린아이들처럼 하얗게 뽀송뽀송한 빛깔을 가지고 가지고 싶기 때문인데, 어쨌든 오징어는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갖게 된 것일까?
Watch this reef squid go from transparent to opaque in an instant pic.twitter.com/ILBS3Jz5Mx
— Nature is Amazing ☘️ (@AMAZlNGNATURE) December 23, 2024
색을 빚어내는 마법사, 색소포

오징어의 피부 밑에는 색소포(chromatophore)라는 작은 주머니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이 주머니는 빨강, 노랑, 갈색, 검정 등 단일 색소를 담고 있으며, 주변 근육의 움직임에 따라 크기가 변한다. 색소포가 팽창하면 해당 색이 드러나고, 근육이 이완하면서 색소포가 줄어들면 색이 사라진다.
예를 들어, 검정색 색소포가 넓게 펼쳐지면 오징어는 온몸을 검게 변신시킨다. 반대로 근육이 풀어지면, 다시 원래의 반투명한 상태로 돌아간다. 이 모든 과정은 오징어의 신경계가 빠르게 조율한다. 그래서 그들이 색을 바꾸는 순간은 마치 마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오징어, 눈으로 주변을 읽다
오징어가 색을 바꿀 때 의지하는 건 시각 정보입니다. 이들의 눈은 렌즈, 동공, 망막을 갖추고 있어 구조적으로 인간의 눈과 비슷하다. 특히 무늬오징어는 시력이 약 0.6~0.7 정도로 알려져 있어, 스마트폰에 시달린 현대인의 맨눈보다 나을 수도 있다. 오징어는 뛰어난 눈으로 주변 환경을 분석해 색소포에 신호를 보낸다. 어두운 바위 틈에서는 검정이나 갈색으로 변하고, 밝은 모래바닥에서는 빛을 투과시켜 투명하게 변신한다. 이러한 능력은 천적을 피하거나 사냥감을 유인하는 데 탁월하다.
오징어 색깔 변화, 위장을 넘어
오징어가 색을 바꾸는 이유는 위장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상대를 놀라게 하거나, 동료와 대화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1. 위장과 생존
천적의 눈을 피해 자신을 숨기는 건 기본 중의 기본.
모래바닥과 동일한 색으로 변하면, 오징어는 마치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2. 위협의 도구
가까이 다가오는 천적이나 경쟁자를 향해 몸 전체를 새빨갛게 바꾸는 건 효과적인 경고 메시지다.
이 순간, 상대는 “괜히 건드렸다가 큰일 나겠군”이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3. 사랑과 소통
구애를 위한 체색 변화도 오징어 세계에서는 흔하다. 수컷은 암컷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몸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또 동료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로 색을 변화시키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