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로 달 궤도에 성공한 것은 인류가 아니다

1968년 12월 21일 지구를 떠난 아폴로 8호는 사상 처음으로 유인 달 궤도 비행을 해냈다. 우주선 안에는 프랭크 보먼 선장, 지미 러벨(사령선 조종사), 윌리엄 앤더스(착륙선 조종사) 세 사람이 탑승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이 달을 돌기 석 달 전 인간보다 먼저 달 궤도를 선점한 지구 생물이 있었다.

뜻밖에도 주인공은 두 마리 육지거북이었다. 다시 말해, 달을 최초로 일주한 건 사람이 아니라 거북이었던 것이다.

대체 어쩌다 거북이들이 인류보다 먼저 달을 돌게 되었을까?

 

왜 하필 거북이가 우주로 갔을까?


 

1968년 당시 우주 개발 경쟁, 이른바 ‘스페이스 레이스’는 불꽃이 튀었다. 미국과 소련이 앞 다퉈 국력을 쏟아붓던 시절이다.

출발선에서 앞서 나간 쪽은 소련이었다.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려 지구촌에 충격을 줬고, 1961년에는 유리 가가린을 태운 보스토크 1호로 최초의 유인 우주 비행까지 성공시켰다.

두 강대국은 달 착륙이라는 마지막 골을 향해 막대한 예산과 기술을 퍼부었지만, 1960년대 후반 들어 소련은 자금난과 내부 파벌 싸움으로 점점 뒤처지기 시작했다. 반면 NASA는 새턴 V 로켓을 완성하며 아폴로 계획을 유인 시험 비행 직전까지 끌어왔고, 달 궤도를 돌 만큼 산소·물·식량을 실을 수 있는 로켓은 이미 갖춰 놓은 상태였다.

소련은 아직 그런 로켓이 없었다. 이대로 가면 달 주회 레이스에서 패배가 뻔하다. 궁지에 몰린 소련이 생각해 낸 ‘고육지책’이 동물을 태운 달 궤도 미션이었다.

 

1968년 9월 거북이들을 태운 소련의 마지막 카드


 

1968년 9월 14일, 소련은 ‘존드 5호’라 이름 붙인 우주선을 발사해 두 마리 육지거북을 달로 보냈다

. 우주선 안에는 거북 말고도 초파리, 밀웜, 식물 씨앗 등이 타고 있었지만, 실험의 핵심은 척추동물인 거북이었다. 이들은 중앙아시아 건조 초원에서 사는 튼튼한 종으로, 굶주림에 강하고 움직임이 느려 다루기 쉬웠다. 출발 전인 9월 2일부터 우주선에 실려 있었는데, 과학자들은 소화 활동이 실험 결과를 흐릴까 봐 그때부터 사료를 전혀 주지 않았다.

존드 5호의 비행은 대체로 순조로웠다. 네 나흘 만에 달을 돌아 ‘인류보다 먼저 우주를 비행한 지구 생물’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복귀 길에 예정 착수 지점인 카자흐스탄이 아닌 인도양에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마침 근처를 지나던 미국 군함이 착수 장면을 목격해 사진까지 찍었다. 공개된 사진을 본 미국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소련 우주선 기술이 자국 수준에 비해 꽤 뒤처져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달을 다 돌고 돌아온 거북 두 마리는 9월 21일 무사히 회수됐다. 몸무게가 조금 줄었을 뿐 건강엔 이상이 없었다. 세계 곳곳에서 짤막하게 보도되기는 했지만, NASA 기술진의 시선은 싸늘했다. “이건 그저 마지막 몸부림일 뿐”이라며 위협으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주도권은 이미 우리 손에 있다”는 확신을 굳혔다. 실제로 존드 5호는 인간 생명을 지탱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아폴로 일정을 앞당길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석 달 뒤, 미국은 세 명의 승무원을 태운 아폴로 8호를 쏘아 올려 인류 첫 달 궤도 비행을 달성했다. 1969년 7월, 아폴로 11호가 사상 최초로 달에 발을 디디며 장대한 우주 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그 그림자 아래선, 두 마리 거북이가 인간보다 먼저 달을 돌아 나온 ‘우주비행사’로 조용히 기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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