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보다 여성이 정신적으로 더 취약하다는 인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통계적으로 보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에 걸리기 쉬운 반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자살률이 더 높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신체나 뇌의 구조 자체가 다르고,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정신 질환에 관한 결과에서도 성별 간에 다양한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여성이 남성보다 정신적으로 더 취약한 것일까? 그 원인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영국 엑서터 대학교(University of Exeter)의 헬렌 F. 도드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2~4세 아이들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2세 시점에서 여자아이가 남자아이에 비해 외부에서 놀지 않으며, 이러한 신체 활동의 부족이 사춘기 이후 여성의 정신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연구의 세부 내용은 2024년 10월 17일자 학술지 ‘the Journal of Physical Activity and Health’에 게재되었다.
취학 전의 “바깥 놀이”가 성인의 건강에 중요한 이유
취학 전(0~6세) 시기의 바깥 놀이가 매우 중요한 이유는, 건강한 생활의 기초가 이 시기에 형성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WHO를 비롯해 많은 나라들이 어린이들에게 하루 60분 이상의 중등도에서 고강도의 신체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영국의 신체 활동 가이드라인인 ‘UK Chief Medical Officers’ Physical Activity Guidelines’에서도 하루 180분의 신체 활동(놀이와 운동)을 권장하며, 이러한 활동은 주로 실내가 아닌 실외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아기 신체 활동이 부족할 경우, 어떤 영향이 미칠까?
유아기의 신체 활동은 비만 감소, 운동 능력 발달, 심장 건강, 그리고 중년기의 골밀도 개선과 관련이 있으며, 유아기에 충분한 신체 활동을 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정신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도 확인되다.
반대로 말하면, 유아기에 바깥 놀이를 충분히 하지 않은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 정신적으로 더 취약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바깥 놀이가 적다
이번 조사에는 영국에 거주하는 2~4세의 아이들(남자아이 52%, 여자아이 48%) 1166명과 그 보호자가 참여했다. 보호자는 아이들이 주로 어떤 놀이를 하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를 적도록 했다. 그 결과, 2~4세의 아이들은 하루 평균 약 4시간을 놀며, 그 중 1시간 45분은 바깥에서 노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자아이는 2세 이후부터 남자아이에 비해 바깥 놀이 시간이 짧았으며, 그에 따라 신체 활동도 적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성별에 따른 활동 패턴 변화가 나타나는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2세라는 어린 시점에서부터 이런 경향이 나타난 것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바깥 놀이와 신체 활동의 상관관계를 고려할 때, 여자아이들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불리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유아기 단계에서 놀이에는 성별에 따른 차이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보호자들이 놀이의 방향을 무의식적으로 유도하는 영향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정신적으로 더 취약한 이유 중 하나가 유아기부터 시작된 신체 활동 부족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의 바깥 놀이 시간을 늘려주고, 적극적인 신체 활동을 권장함으로써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