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어미는 우리 인간과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깊은 애정을 품는다. 죽은 새끼를 며칠이고 품에 안고 다니며 보내지 못하는 사례는 동물원에서도 드물지 않다. 그런데, 2020년 8월 체코의 한 동물원에서 어미 원숭이가, 자신의 죽은 새끼를 먹어버린 일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과거에 거의 전례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탈리아 피사대학교의 영장류 연구팀이 현장을 관찰하고 기록으로 남겼고, 그 결과는 2023년 6월 27일자 과학 저널 “Primates”에 공식적으로 게재됐다.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어미 원숭이, 그리고 시작된 이틀간의 사투
그날, 체코 드부르 크랄로베 사파리 파크에서는 드릴 원숭이 한 마리가 새끼를 낳았다. 이 암컷 원숭이의 이름은 ‘쿠마시’.
새끼의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출산 8일 만에, 갑작스럽게 새끼가 죽고 말았다.
사육사들이 시신을 수습하려 했지만, 쿠마시는 새끼를 내주지 않았다.
울타리 안을 이리저리 도망다니며 거칠게 저항했다.
이후 2일 동안 쿠마시는 죽은 새끼를 계속해서 품고 다녔다.
새끼의 얼굴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붙이고, 눈을 맞추려 애썼다.
피사대학교의 엘리자베타 팔라기 박사는 말했다.
“영장류의 어미는 죽은 새끼의 얼굴을 바라보며, 눈동자에 생명이 있는지를 살핍니다. 반응만 있다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을 수 있으니까요.”
쿠마시는 새끼의 몸을 꼬집고, 털을 매만지며 반응을 확인했다.
다른 원숭이들이 가까이 다가와도 새끼를 절대 내주지 않았다.
이틀 동안 품에 안은 뒤, 새끼를 먹기 시작하다
이틀이 지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새끼에게선 어떤 반응도 없었다.
죽은 새끼를 질질 끌고 다니며, 때로는 나무 위에서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마침내, 죽었다는 현실을 받아들였는지,
쿠마시는 자신의 새끼의 시신을 먹기 시작했다.
사육사들이 시신을 회수할 무렵엔, 이미 거의 대부분을 삼켜버린 상태였다.
다른 원숭이들은 아무 말도 없이 그 광경을 지켜봤고, 아무도 쿠마시의 행동에 동참하지 않았다.
새끼를 먹은 어미 원숭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인간의 눈에는 이 행동이 충격적이고, 때로는 잔인하게까지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엘리자베타 팔라기 박사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쿠마시는 자신의 새끼를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임신과 출산은 원숭이에게도 엄청난 에너지 소모를 요구한다. 이 행동이 어쩌면 어미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한 생존 전략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어미가 산후 체력을 회복함으로써 다시 번식을 시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죽은 새끼를 영양원으로 삼는 방식은 진화적 적응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쿠마시의 행동에 새끼의 나이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출산 직후일수록, 모자 관계의 애착 형성은 상대적으로 약할 수 있습니다.”
이번 새끼는 태어난 지 8일밖에 되지 않았다.
그만큼 쿠마시가 감정적으로 얽히기 전에 죽음을 맞았고, 그것이 어미가 포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한 조건일 수 있다.
만약 새끼가 조금만 더 자라 있었다면,
이 모성의 본능은 포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나타났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