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실제 이야기를 참고해 재구성한 글이다.
어제 아침, 아내와 다퉜다.
아니다, 단순한 다툼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원인은 전날 밤의 늦은 취침.
잠이 부족한 채로 일어난 나는, 최악의 상태였다. 기분도 엉망이었다.
“일하러 가기 싫다…”
그렇게 중얼거렸을 때,
만약 그때 아내가 무슨 말을 했더라면
아마 나는 그 말에 괜히 발끈했을 것이다.
그걸 아내는 잘 알고 있다.
과거에도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아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있었을 뿐인데,
왜 그 순간 나는 그게 마치 나를 비웃는 듯하게 느껴졌을까.
아내가 정성스레 끓여준 그날 아침의 된장국.
김이 모락모락 올라와서 정말 맛있어 보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걸 엎어버렸다.
된장국도, 반찬도, 전부 엎어버리고는 폭언을 퍼부었다.
아내는 울면서, 냄비에 남은 된장국을 개수대에 흘려보냈다.
그 뒷모습이 지금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엄청나게 후회했다.
하지만 사과조차 하지 못했고,
싸준 도시락도 들지 않은 채,
나는 허세만 가득 안고 집을 뛰쳐나왔다.
밤.
어색한 기분을 품은 채 집에 돌아왔다.
아내는 아마 친정에 가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 불안이 가슴을 짓눌렀다.
하지만 집 안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딘가 그리운 듯, 따뜻한 냄새까지 풍겨왔다.
용기를 내어 문을 열었을 때
웃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이걸로 화해하자.”
그 한마디가 가슴 깊숙이 박혔다.
눈물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원래라면, 내가 뭐라도 사들고 왔어야 했다.
아침의 일에 대해 사과하는, 최소한의 배려라도 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아내는 나보다 몇 배는 더 다정했고,
몇 배는 더 어른스러웠다.
다시는, 내 기분을 이유로 아내에게 화풀이하지 않겠다.
마음속 깊이 그렇게 다짐했다.
사실은
그 된장국을, 먹고 싶었던 거다. 나는.
아내가 나를 위해 끓여준, 그 아침의 된장국.
그게 먹고 싶었던 거다.
그러니, 다음엔 꼭 “고마워”라고 말하자.
제대로 “미안해”라고 말하자.
그 된장국도.
그 웃음도.
영원히 잊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