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겨울, 군고구마나 군밤처럼 귤도 한 번 구워보셨나요? 언뜻 생소하지만, 추운 날씨에 차가운 귤을 한 입 베어 물었다가 눈살을 찌푸린 경험이 있다면, 이제 토스터기나 전자레인지로 귤을 살짝 데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따뜻하게 데운 귤은 향부터 남다르다. 손에 쥔 귤이 은은한 온기로 손끝을 녹여주고, 한 입 머금은 과즙은 놀랍도록 부드럽고 달콤하게 목을 타고 넘어간다.
한국 최대 귤 산지인 제주에서는 오래전부터 귤 맛있게 먹는 법으로 껍질째 화롯불에 구워 먹는 풍습이 있었다. 실제로 과거 귤 수확 철에 농가에서는 장작불에 귤을 통째로 올려 겉껍질이 새까맣게 탈 때까지 구워낸 뒤, 목장갑 낀 손으로 껍질을 벗겨 먹었다고 한다.
왜 귤을 굽거나 데우면 더 달콤하게 느껴질까?

사람의 미각은 음식 온도가 체온에 가까울 때 단맛을 가장 잘 느낀다. 차가운 귤보다 섭씨 30~40도 정도로 미지근해진 귤에서 단맛이 두드러지는 건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또한 뜨거운 열을 가하면 과육 속 일부 수분이 증발하여, 귤 한 알의 당분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에 더 달게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집에서 귤 맛있게 먹는 법은 무엇일까?
가장 간단한 귤 맛있게 먹는 법은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깨끗이 씻은 귤을 껍질째 예열된 오븐(또는 에어프라이어)에서 약 160℃로 10분 안팎 굽고 나서, 겉껍질이 어느 정도 갈색으로 그을리면 꺼내서 살짝 식힌 뒤에 껍질을 벗겨 먹으면 된다.
껍질이 까맣게 탈 때까지 직화나 프라이팬에 구워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호일로 가볍게 싸서 구우면 껍질이 그을리지 않아 손에 검은 묻음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고, 껍질이 조금 타더라도 속 과육은 수분을 머금고 있어 쉽게 마르거나 타지 않는다. 갓 구운 귤은 한 김 식혀서 먹으면 입 안 가득 따뜻한 귤 향과 달콤한 과즙을 느낄 수 있다.
한라봉이나 천혜향처럼 과즙이 풍부한 만감류 귤이라면 구웠을 때 특히 즙이 훨씬 많고 풍미가 진해져서 별미가 된다. 캠핑을 할 때 불멍하며 귤을 통째로 구워 먹거나, 추운 겨울날 난로 위에 귤을 올려 두었다 먹으면 분위기까지 더해져 그 맛이 더욱 달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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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맛있게 먹는 법으로 전자레인지로 간편하게 데우는 방법도 있다. 굽는 것이 번거롭다면 귤을 한두 개 접시에 담아 전자레인지에 돌린다. 이때 통째로 돌리면 내부 압력으로 귤이 터질 수 있으니, 포크로 귤껍질에 구멍을 몇 군데 내거나 아예 껍질을 조금 벗겨서 올리는 것이 좋다. 20초에서 30초 정도 짧게 가열하면 충분한데, 이 정도 시간이면 귤이 살짝 따뜻해지면서 신맛이 줄고 당도가 한층 도드라지게 된다. 단, 전자레인지에 너무 오래 돌리면 귤 껍질의 오일 성분이 과열되어 탈 수도 있으니 주의하자.
이 밖에도 신맛 나는 귤을 달게 먹는 다양한 생활 속 아이디어가 있다. 바로 소금을 한 꼬집 뿌려 먹는 방법이다. 약간 의외로 들리겠지만, 너무 신 귤을 만났을 때 소금을 곁들이면 귤의 단맛이 오히려 강조되고 전체 풍미가 좋아진다. 수박에 소금을 뿌리면 더 달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입 안에서 짠맛이 단맛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아이들도 따라 해보면 신맛을 덜 느끼고 먹을 수 있다. 또 꿀이나 설탕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귤 조각을 꿀에 살짝 찍어 먹으면 즉각적인 단맛 보강 효과를 볼 수 있고, 설탕 시럽을 약간 뿌려 먹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옛날에는 신 귤이 남으면 껍질을 까서 설탕이나 꿀에 재워 두었다가 따뜻한 물에 타 마시거나 차로 즐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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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너무 신 귤은 아예 설탕물에 삶아 귤 콤포트를 만들거나, 꿀에 재워 귤청을 담가 두면 훌륭한 겨울 별미 저장식품이 된다. 하루 정도 설탕물에 푹 재워 두면 귤 조각이 달콤한 시럽을 머금게 되어, 그냥 먹기에도 맛있고 빵이나 요거트 토핑으로 활용해도 좋다. 한편 귤을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 먹는 방법도 있는데, 귤을 40℃ 정도 따뜻한 물에 10분가량 담가두면 과일 속 아코니타아제 효소가 작용해 귤의 신맛을 일부 분해해주어 단맛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고 한다.
찬물에 오래 두면 비타민이 유출되지만 이 정도의 미지근한 물은 오히려 귤의 맛 성분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이다. 냉장고에 차게 보관한 귤도 실온에 미리 꺼내 두거나 이렇게 살짝 온기를 더해 먹으면 단맛이 한결 잘 느껴진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경험한 터일 것이다.
따뜻하게 구운 귤의 매력은 한 번 알게 되면 잊기 어렵다. 껍질 째 노릇하게 구워진 귤 한 알을 손에 올리면, 그 온기가 꽁꽁 언 손까지 녹여주고 향긋한 내음이 퍼진다. 혹시 신맛 때문에 남겨둔 귤이 있다면 용기를 내어 한 번 구워보자.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기만 해도 좋다. “귤을 이렇게도 먹을 수 있구나!” 하는 재미와 함께, 입안 가득 번지는 겨울 귤의 새로운 달콤함에 분명 반하게 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