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을 동물 모양으로 만드는 아이디어

송기를 멀리까지 보내기 위해 세워진 송전탑은 우리 일상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지만 그 거대한 강철 구조물은 종종 차갑고 위압적인 인상을 주며, 자연 풍경 속에서는 이질적인 물체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런 인식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오스트리아의 전력회사 Austrian Power Grid(APG)가 중심이 되어 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Austrian Power Giants’, 송전탑을 동물 모양으로 디자인하는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이다.

 

송전탑을 동물 모양으로 만든다는 아이디어

송전탑을 동물 모양으로 만든다는 아이디어

송전탑은 본래 발전소에서 수십,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와 마을로 전력을 보내기 위한 전선의 기둥이다. 대부분 강철 트러스 구조로 만들어지며, 수십 미터에 달하는 높이를 자랑한다.
그 덕분에 전선을 공중에 높이 띄워 지상이나 건물과 닿지 않도록 하고, 강풍이나 눈, 낙뢰 같은 자연의 거친 힘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한 송전탑은 고전압 전류를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선 간 간격과 지상과의 거리도 세밀하게 조정된다. 이처럼 송전망 전체가 현대 사회의 숨은 주역으로써 가정, 사무실, 공장 등 수많은 공간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무미건조한 외형이었다. 효율과 기능을 중시한 탓에 미적 요소는 거의 고려되지 않았고, 특히 역사적 건축물이나 자연경관을 중시하는 지역에서는 “풍경을 해치는 철탑”이라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 문제는 비단 오스트리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가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숙제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오스트리아가 내놓은 해법은 놀라웠다. “송전탑을 그 지역의 상징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버리자.” 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것이 바로 ‘Austrian Power Giants’ 프로젝트다.

 

오스트리아 전역에 등장할 동물 송전탑들

오스트리아 전역에 등장할 동물 송전탑들

이 프로젝트에서는 오스트리아의 9개 연방주 각각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동물을 모티브로 한 송전탑을 세울 계획이다.

예를 들어 뷔르겐란트 주는 매년 수많은 황새가 찾아오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곳에는 목이 길게 뻗은 황새 모양의 송전탑이 세워질 예정이다. 한편, 알프스 산맥 기슭의 지역에는 숲을 상징하는 사슴 디자인이 선택됐다. 이처럼 각 주의 자연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 동물들이 송전탑의 형태로 구현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는 외형적인 변화만을 꾀한 것이 아니다. APG는 디자인 전문기업 GP designpartners, 건설회사 BauCon 등과 협력해 황새형·사슴형 송전탑의 구조 실험을 실제로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송전탑과 동등한 수준의 안전성 및 고전압 송전 기능을 확보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인프라와 경관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디자인

동물 송전탑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오랜 세월 충돌해 온 ‘인프라 vs 경관’의 문제를 디자인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이제 송전탑은 보기 싫은 철 구조물이 아니라, 그 땅을 상징하고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주는 지역의 상징물, 나아가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한다.

황새의 긴 목이나 사슴의 우아한 뿔이 전선을 받쳐주는 모습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시선을 끈다. 사진으로 담아도 그림처럼 아름답고, 그 자체로 풍경의 일부가 된다. 철제 격자 구조의 기능미를 살리면서도 지역민이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새로운 인프라의 시대

이 프로젝트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2025년 Red Dot Design Award ‘전력·탈탄소 콘셉트 부문’에서 수상했으며, 싱가포르 레드닷 뮤지엄에서도 축소 모형이 전시될 예정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송전탑의 미관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있지만, 이처럼 지역의 상징적 동물과 문화를 결합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앞으로 이 강철의 동물들이 얼마나 지역 사회에 받아들여지고, 관광이나 경제에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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