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태즈메이니아 섬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작은 호텔에, 어느 날을 기점으로 이상한 문의가 잇따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천은 어디에 있나요?”
호텔 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마을 주변에는 온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의는 멈추지 않았고, 급기야 실제로 온천을 찾겠다며 찾아오는 여행객들까지 나타났다. 이들은 인터넷 여행 사이트에 올라온 관광 안내를 보고 이곳을 목적지로 삼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 온천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말 그대로 ‘가상의 관광지’였던 것이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낸 존재하지 않는 온천을 찾아온 사람들

태즈메이니아 북동부 웰드버러에 있는 ‘웰드버러 호텔’에는 한동안 이상한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숙박 예약도, 식사 문의도 아닌 “웰드버러 온천은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호텔을 운영하는 크리스티 프로버트는 그때마다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했다.
이 지역에는 온천이 없다는 것, 호텔 근처를 흐르는 웰드 강은 맑고 차가운 물로 유명해 보석을 찾는 사람들이 들어가긴 해도 몸을 담글 만큼 따뜻한 곳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문의는 계속됐다. 어느 날에는 무려 24대의 차량이 줄지어 온천 방문을 목적으로 호텔에 도착하기도 했다. 크리스티는 농담 섞어 “온천을 찾으면 다시 돌아와 달라. 맥주를 사주겠다”고 말했지만, 끝내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크리스티는 2026년 1월 20일, 호텔 페이스북에 도움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최근 ‘태즈메이니아 투어즈’라는 웹사이트에 웰드버러에 호주에서 네 번째로 큰 천연 온천이 있다는 글이 올라왔고, 그 때문에 문의와 길 안내 요청이 폭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생 이 지역에 살아왔지만 그런 곳은 들어본 적도 없다는 하소연도 덧붙였다.
숲 속에 숨겨진 ‘가짜 온천’

문제가 된 기사는 현재 삭제됐지만, 당시 소개 문구는 꽤 그럴듯했다.
‘웰드버러 온천: 숲에 숨겨진 은신처’라는 제목 아래, 상업화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온천, 원시림을 걷는 중간 난이도의 하이킹, 명상과 휴식에 적합한 외딴 성역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서로 다른 온도의 여러 온천, 풍부한 미네랄, 웰니스 리트리트와 하이킹 그룹에게 사랑받는 장소라는 문구까지 있었다.
하지만 실제 웰드버러에는 차가운 강과 숲, 그리고 크리스티가 운영하는 펍 겸 호텔만 있을 뿐이다.
이 사이트에는 이 온천 말고도 사실과 다른 관광지가 여럿 소개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가 만든 ‘현실 같은 허구’
이 황당한 사태의 원인은 생성형 AI였다. 태즈메이니아 투어즈를 운영하는 Australian Tours and Cruises의 대표 스콧 헤네시는 “AI 활용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외주 제작 과정에서 AI가 생성한 글과 이미지가 그대로 사용됐고, 해외 출장 중 검수되지 않은 일부 콘텐츠가 공개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AI가 때때로 세 다리 달린 웜뱃이나 악어처럼 생긴 동물처럼, 현실에 없는 것을 사실처럼 만들어내는 특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이른바 ‘AI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태즈메이니아의 온천과 웰드버러라는 지명이 결합되면서, 그럴듯한 가짜 관광지가 탄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AI를 맹신하지 말라”는 경고
이 사건을 접한 사람들은 AI에 대한 불신과 함께, 생성형 AI 정보를 그대로 믿는 현실을 우려를 표했다.
“글을 쓰는 건 AI가 해도, 읽고 확인하는 책임은 사람에게 있다”는 지적부터, “AI는 마법의 답변 기계가 아니다”, “AI는 이해하지 않고 단어를 예측할 뿐”이라는 목소리까지 다양했다. GPS를 믿고 바다로 차를 몰았던 사례처럼, 기술에 사고를 맡겨버리는 태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 관련 글 보기
AI는 분명 편리하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틀린 정보를 내놓기도 한다. 잘못을 지적해도 오히려 사용자를 설득하려 드는 경우도 있다. 이번처럼 허위 정보가 관광 사이트에 실리고, 이를 믿은 사람들이 실제로 이동하는 상황은 AI 환각이 현실적인 피해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운영사와 외주 제작사는 물론,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 역시 스스로 확인하고 점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AI가 존재하는 시대일수록, ‘먼저 의심하고 직접 확인하는 능력’이 새로운 기본 소양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