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분쟁은 부자들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오히려 재산이 엄청나게 많지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 아파트 한 채나 약간의 예금을 두고 가족 간의 연이 끊어질 정도로 다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설마 우리 애들이 돈 때문에 싸우겠어?”
라고 방심하다가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남겨진 가족들이 법정에서 얼굴을 붉히는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
“설마 우리 집도?” 상속 분쟁으로 피 터지게 싸우는 집안의 소름 돋는 공통점 7가지

자녀는 여럿인데, ‘유언장’ 한 장 없는 경우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경우다.
많은 부모님이 “형제끼리 알아서 잘 나누겠지”라고 막연하게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법정 상속분(N분의 1)이라는 기준이 있긴 하지만, 자녀들의 생각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 큰아들: “내가 제사도 모시고 집안 대소사를 챙겼으니 더 받아야지.”
- 둘째: “형은 이미 결혼할 때 집 받았잖아? 남은 건 똑같이 나눠야 해.”
- 막내: “부모님 병수발은 내가 다 했는데, 기여분을 인정해 줘.”
부모의 명확한 의사(유언)가 문서로 남아있지 않으면, 자녀들은 각자의 효도와 권리를 주장하며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 공평함에 대한 기준이 서로 달라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십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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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가정, 혹은 사실혼 관계가 얽힌 집
가족 구성원이 복잡할수록 이해관계는 꼬이기 마련이다. 특히 이혼과 재혼이 늘어난 요즘, 전 배우자 소생의 자녀와 현재 배우자(및 그 자녀) 사이의 갈등은 시한폭탄과도 같다.
대한민국 민법상,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없다. 평생을 함께 살았더라도, 미리 증여하거나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사실혼 배우자는 빈털터리가 되고, 재산은 연락도 없던 자녀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반대로 재혼 가정의 경우, 전처소생 자녀와 계모(혹은 계부) 사이, 혹은 이복형제들 간에 왕래가 없었다면 상속 협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장례식장이 서로 처음 만나는 자리가 되어, 슬픔을 나누기도 전에 유산 다툼부터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아파트)인 집

한국 가계 자산의 70% 이상은 부동산이다. 이것이 상속 분쟁의 가장 큰 불씨가 되는데, 현금은 1원 단위까지 쪼개서 나눌 수 있지만, 집은 칼로 자를 수 없기 때문이다.
- A: “지금 부동산 경기 안 좋으니까 일단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팔자.”
- B: “무슨 소리야, 당장 상속세 낼 돈도 없으니 급매로라도 팔아서 현금화해!”
- C: “이 집은 아버지가 평생 일궈오신 거야. 내가 들어가서 살며 지킬게.”
이처럼 매각파와 보유파, 혹은 실거주파로 나뉘면 합의가 어렵다. 결국 공유지분으로 등기했다가 나중에 처분 문제로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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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집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농업 등에 종사하는 경우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사업체는 쪼개기가 어렵다. 경영권 방어와 사업의 존속을 위해서는 후계자 한 명에게 주식이나 사업용 자산(공장, 토지)을 몰아줘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여기서 소외된 다른 자녀들이다. “형이 회사를 물려받는 건 알겠는데, 그럼 내 몫은?” 부모님은 사업 승계를 위해 장남에게 몰아주고 싶어 하지만, 남은 예금이나 부동산이 다른 자녀들의 유류분(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을 채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면? 십중팔구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으로 이어진다.
특정 자녀가 독박 병수발을 한 집
치매나 지병이 있는 부모님을 특정 자녀가 오랜 기간 모셨다면, 그 자녀는 마음속으로 보상 심리를 갖게 된다.
“너희들은 명절에나 얼굴 비쳤지, 똥오줌 받아낸 건 나야.”
민법에는 기여분이라는 제도가 있다. 부모를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에게 더 많은 몫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이 특별한 기여를 입증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돌본 자녀는 “당연히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른 형제들은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였다”고 깎아내리며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
평소 형제간의 우애가 좋지 않은 집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평소에 사이가 나쁜 형제들이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고 갑자기 화해하고 양보할 리 없다.
오히려 상속 재산 분할 협의 과정은 과거의 묵은 감정이 폭발하는 기폭제가 된다. “어릴 때 엄마가 너만 예뻐해서 학원 보내줬잖아.”, “형이 사업하다가 날려 먹은 돈이 얼마인데 또 달래?”
과거의 서운함, 불신, 차별 대우에 대한 기억이 돈 문제와 결합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변한다. 이런 집안은 아주 사소한 금액 차이에도 합의 도장을 찍어주지 않아 상속 처리를 마비시키곤 한다.
생전에 특정 자녀만 지원(증여)을 받은 집
우리 부모님들의 내리사랑은 끝이 없어서, 자녀가 결혼할 때 전세 자금을 대주거나 사업 자금을 지원해 주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지원이 형제간에 불균형할 때 발생한다. “큰형은 결혼할 때 아파트 해줬으면서, 나는 대학 등록금도 대출받았어!”
이런 불만이 쌓여 있다가 상속 시점이 되면 터져 나온다. 법적으로 생전에 받은 증여는 특별수익으로 간주하여 상속분에서 공제해야 한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에 현금으로 줬거나 증거가 불명확할 경우, “난 받은 적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면 다른 형제들은 억울함에 치을 떨게 된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상속 분쟁의 핵심은 돈 그 자체보다, 불공평함에서 오는 감정의 상처인 경우가 많다.
막상 일이 닥치고 나면 수습하기 어렵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가 바로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골든타임이다.
내 재산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투명하게 파악하고, 법적 효력이 있는 유언장을 통해 분쟁의 소지를 차단하고, 민감한 주제일수록 건강할 때 터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누구에게 무엇을 왜 주는지, 부모의 뜻을 명확히 전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가족은 다를 거야”라는 막연한 기대보다는, 현명한 준비가 남겨질 가족들의 우애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사랑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