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일, 볼리비아의 정글 한가운데, 늪지대에 한 대의 소형 비행기가 비상 착륙했다. 기체 안에는 승객과 조종사 등 총 5명이 타고 있었고, 그들은 결국 36시간 동안 구조를 기다리며 살아남았다. 그들이 착륙한 곳은 악어와 아나콘다가 서식하는 볼리비아 북부의 습지대였다. 기체는 반쯤 가라앉은 상태였고, 탑승자들은 그 위에 서서 밤을 지새워야 했다.
갑작스런 고장, 사라진 경비행기
경비행기를 조종한 안드레스 벨라르데(29세)는 여성 3명과 어린이 1명을 태우고 볼리비아 북부의 바우레스에서 트리니다드 시로 향하고 있었다. 비행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이륙 1시간쯤 지나 기체에 기술적 문제가 발생했다. 엔진이 이상을 일으키며 고도를 잃기 시작했고, 안드레스는 선택의 여지 없이 이타노마스 강 근처의 늪지에 비상 착륙할 수밖에 없었다.
“항로 중간쯤에서 비행기의 동력이 완전히 떨어졌습니다. 다시 고도를 회복할 수단은 없었어요.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코스를 이탈해 착륙할 만한 농지를 찾아보는 것뿐이었습니다. 추락이 시작된 순간, 제가 할 수 있었던 건 문을 여는 것뿐이었어요.”
이후 비행기는 레이더에서 자취를 감췄고, 당국은 비행기 추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을 시작했지만, 명확한 위치 정보가 없어 시간만 흘러갔다.
“살려 달라”는 외침… 정글의 한가운데서 들리다
비행기가 사라진 지 2일 가까이 지나면서 실종자들의 생존 여부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그 순간, 현지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이타노마스 강 주변에서 어업을 하던 현지 어부들이 늪지대에서 누군가가 구조를 요청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즉시 구조팀이 파견되었고, 곧 습지에 불시착한 기체를 발견했다. 탑승자 전원은 기체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고, 모두 무사히 헬리콥터로 구조되었다. 5명은 볼리비아 공군의 구조 헬기로 트리니다드 시로 이송되었으며, 다행히 심각한 부상 없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해졌다.
물에 잠긴 기체 위, 악어떼와 뱀에 둘러싸인 36시간
하지만 구조되기까지의 36시간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구조 당시를 회상하며 안드레스는 말했다.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고, 정말 깊었습니다. 우리는 수영을 할 수 없었고, 주변에 있던 야생 동물들 때문에 차라리 물 밖으로 나가기가 더 두려웠습니다. 마실 물조차 없었고, 딱딱한 땅으로 옮겨갈 수도 없었어요.”
비상 착륙 이후, 주변에는 악어들이 몰려들었고, 기체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탑승자 중 한 명은 아나콘다로 추정되는 대형 뱀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비행기 잔해 위에서 캐사바(열대 전분 작물)와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거의 하루 반을 버텼다. 한 명이 우연히 가지고 있던 식량이 생존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놀랍게도, 악어와 뱀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다. 안드레스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밤새도록 모기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었고, 악어와 뱀들이 기체 주변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비상 착륙 직후 기체에서 새어 나온 연료 냄새 덕분인지, 그들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수색은 사고 직후 빠르게 시작됐지만, 날씨가 나빠 헬기 접근이 어려웠고, 일부 수색기는 생존자들이 있는 곳 근처를 날았지만 습지의 식생과 수면 반사 때문에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지나쳤다고 한다.
다행히 구조된 뒤, 생존자 중 한 명인 밀타 푸엔테스(Mirta Fuentes)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모두 살아남은 사실이 너무 기뻐 눈물을 흘렸어요. 멍은 들었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고, 울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신의 은총과 조종사의 침착한 판단 덕분입니다.”
대통령도 직접 구조 발표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은 공식 성명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문가들의 헌신 덕분에, 현재 어린이를 포함한 5명의 생존자가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이들을 안전한 지역으로 이송해 필요한 의료 조치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정글 한가운데서의 긴박했던 36시간. 살아남은 이들은 기적 같은 구조에 눈물을 흘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이 구조 소식을 들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