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돌봄은 갑자기 찾아온다 –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한국도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부모 돌봄 문제가 남의 일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약 17%가 일상생활에 돌봄이 필요한 상태이며, 이 비율은 고령층이 늘어날수록 더 높아질 것이다. 향후 상당수 중·장년층이 노부모 부양을 직접 떠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의 한 조사에서는 19~69세 성인의 6.7%가 현재 가족의 간병을 책임지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 중 25%는 부모 등 부양 대상자가 요양시설이나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경우였다. 또한 현재는 아니어도 향후 10년 이내 부모 돌봄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 응답자가 **31.5%나 되었다

부모 돌봄은 보통 자녀 세대가 50대 이후에 본격화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한 설문에서는 **1970~74년생(50대 초반)**의 42%가 본인이나 배우자의 부모를 경제적으로 부양하고 있으며, 월평균 62만 원을 지출하고 있다고 나타났다.

이는 중·장년층 10명 중 4명은 자녀 양육과 동시에 부모 부양까지 짊어진다는 뜻이다. 많은 한국의 시니어들이 정년 후에도 재취업하거나 계속 일을 이어가는 평생 현역을 꿈꾸지만, 갑자기 부모 돌봄을 맡게 되면 이러한 인생 2막 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부모 돌봄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평균 4~5년 이상


한두 달 돌보다 마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부모 요양은 대부분 장기전이 된다.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2022)에 따르면, 가족을 돌보는 청년의 평균 돌봄기간은 46.1개월(약 3년 10개월)이었고, 주돌봄자의 경우 평균 54.7개월(4년 6개월)로 더 길었다.

절반 이상은 2년 넘게 돌봄을 지속하고 있었고, 5년 이상 장기 돌봄 사례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 조사에서는 가족돌봄청년의 평균 돌봄기간이 6.72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부모 돌봄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우리 삶의 수년을 재설계해야 하는 큰 사건이라 볼 수 있다. 시간뿐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긴 호흡을 가져갈 각오가 필요히다.

갑작스런 부모 돌봄에 드는 비용: 일시 지출 평균 수백만 원


부모 부양에는 매월 드는 생활비 외에도 한번에 목돈이 들어가는 지출이 발생하곤 한다.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집안 구조를 바꾸거나 보조기기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화장실 문턱 제거나 미끄럼 방지 공사, 안전손잡이 설치, 경사로 등 주택 개조, 병상과 휠체어 구입 등이 대표적이다. 다행히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에서 이런 주택 개조에 대해 1인당 1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해주는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실제 공사 비용에 견주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매달 드는 부모 부양 비용: 평균 50~100만 원, 경우에 따라 수백만 원


부모 돌봄에서 가장 꾸준한 부담은 매월 들어가는 부양 비용이다. 식비·생활비 지원부터 시작해 방문요양 같은 요양서비스 본인부담금, 간병인 고용비, 기저귀 같은 소모품 비용, 병원비와 약값까지 모두 합친 금액이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보면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들의 월평균 지출은 약 35만 원이라는 과거 조사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경증 부양까지 포함한 평균치일 뿐이고, 부모님의 건강 상태에 따라 편차가 크다.

중앙치매센터 통계에 따르면 국내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이 2020년 기준 약 2,061만 원에 달했다.

월 단위로 환산하면 약 170만 원 정도로, 장기간병 상태의 부모를 모실 경우 이 정도 비용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시설이나 재가서비스를 이용하면 비용의 80~85%는 공적 보험에서 대주지만, 나머지 15~20%의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 기타 부양비용은 결국 가족 몫이다. 이를 합하면 한 달에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도 지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월 90만 원의 돌봄비용이 평균 돌봄기간(약 55개월) 계속되면 총액은 약 4,950만 원에 달합니다. 만약 월 150만 원을 쓴다면 총 8,250만 원까지 올라간다. 돌봄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부담이 얼마나 커지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부모 돌봄은 갑자기 찾아온다 – 지금부터 미리 준비해야


현대 사회에서는 형제자매가 흩어져 살거나 1인 가구인 경우가 많아, 부모 돌봄을 특정 자녀 한 명이 도맡는 사례가 흔하다.

특히

“내가 부모님과 가깝게 사니까”, “내가 시간이 좀 더 있으니까” 등의 이유로 충분한 상의 없이 한 명에게 돌봄 부담이 집중되기 쉽다. 문제는 부모의 병환이나 낙상 사고, 치매 발병 등으로 이러한 돌봄 상황이 예고 없이 갑자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준비 없이 맞닥뜨리면 “일과 병행하기 어렵다”, “경제적으로 불안하다”, “도움을 상의할 곳이 없다” 등 육체적·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리기 쉽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이 부모 돌봄의 가능성을 걱정하면서도 대비는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설문에서 “노후에 부모나 자신이 요양이 필요한 상황이 올까 걱정된다”고 답한 비율이 72.8%였는데, 정작 “그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32.1%에 그쳤다.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작은 것부터라도 대비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몇 가지 사전 준비 전략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가족과 미리 논의하기: 부모님과 편안한 때에 돌봄에 관한 생각을 나누고, 향후 필요한 도움이 무엇일지 이야기를 들어본다. 형제자매 간에도 만일의 경우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지 투명하게 상의해 두는 것이 좋다.

 

  • 지역 사회 자원 파악: 미리 거주 지역의 노인 돌봄 지원제도나 서비스를 알아둔다. 가까운 노인복지관, 건강센터 등을 통해 방문요양, 주야간 보호, 돌봄서비스 상담 등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정부의 장기요양보험 신청 절차와 조건도 숙지해 두면 막상 부모님 상태 악화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 재정적 대비: 부모 돌봄에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들 수 있으므로, 돌봄 전용 저축이나 민간 간병보험 가입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실제로 국민대상의 조사에서도 돌봄 대비 방법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 활용” (59.6%), “간병비 저축” (41.2%) 등의 응답이 높았다. 자신이나 부모님이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충분히 받으려면 보장 내용과 본인부담금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부족한 부분은 민영보험이나 예비자금으로 메우는 전략이 필요히다.


“나는 아직 멀었겠지” 하고 안심하는 사이 현실은 성큼 다가올 수 있다. 언젠가 내가 돌봄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시간이 있을 때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정보와 대비가 갖춰져 있다면, 돌봄이 시작되더라도 내 삶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부모님께 최선의 보살핌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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