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능력. 우리 인간은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긴다.
하지만 동물도 그럴까?
인간이 아니라면,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는 능력이 있을까?
미국 존스 홉킨스 대학교 연구진은 침팬지속에 속하는 유인종의 일종인 “보노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
보노보는 인간이 모르는 정보를 일부러 알려주려 했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들여다보자.
보노보는 인간이 모르는 걸 알려줄까?

연구팀이 직접 실험한 ‘마음 읽기 테스트’
이번 연구는 미국 아이오와주에 위치한 ‘에이프 이니셔티브’ 연구소에서 진행됐다.
실험에 참여한 보노보는 25세 ‘뇨타’, 43세 ‘칸지’, 13세 ‘테코’ 총 세 마리였다.
실험 방법
1️⃣ 연구원이 보노보와 마주 앉는다.
2️⃣ 다른 연구원이 세 개의 컵 중 하나에 간식을 숨긴다.
3️⃣ 연구원 앞에는 두 종류의 칸막이가 놓인다.
- 투명한 칸막이: 연구원이 간식이 어디 있는지 볼 수 있음.
- 불투명한 칸막이: 연구원이 간식이 어디 있는지 볼 수 없음.
4️⃣ 연구원이 보노보에게 “간식이 어디에 있어?”라고 묻는다.
5️⃣ 보노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한다.

보노보는 인간이 모르는 걸 ‘알려주려 했다’
반응이 확연히 갈렸다.
✅ 연구원이 간식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을 때
→ 보노보들은 조용히 기다렸다.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걸까.
✅ 연구원이 간식의 위치를 모르는 경우
→ 보노보들은 적극적으로 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치 “여기야! 이쪽이야!” 하듯이.
심지어 칸막이가 치워진 직후 10초 이내에 이런 행동을 보였다.
“이 사람이 모르는 걸 내가 알려줘야겠군”
이런 식의 의도적인 행동을 한 것이다.
그런데, 연구원이 없을 때는 이런 행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인간이 정보를 필요로 하는 순간을 정확히 캐치하고 도움을 주려 했다는 것이다.
보노보도 ‘눈치’가 있을까?
연구진은 이를 두고 “보노보들은 상대방이 모르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전달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동물은 단순히 학습된 패턴대로 움직이지만, 보노보는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진행된 실험이었기에, 야생에서도 같은 행동이 나타날지는 아직 의문이다.
야생 보노보도 타인의 마음을 이해할까?
연구진은 과거에 야생 보노보가 동료에게 위험을 알릴 때,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면 더 강하게 신호를 보내는 행동을 확인한 바 있다.
이런 행동을 보면, 보노보도 상황에 따라 의사소통 방식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눈치’가 필요할 때는 눈치를 보고,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땐 나서는 것.
이게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면, 인간과 보노보는 생각보다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