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배달원이 막 한 가정집 현관 앞에 도착해 주문한 물건을 건넨 뒤, 스마트폰으로 ‘배송 완료’ 처리를 하려는 참이었다. 그때였다. 배달원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집 앞 현관에 설치된 CCTV 카메라는 그 순간을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었다. 영상 속 배달원은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한편, 그의 등 뒤로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살금살금 다가오는 작은 그림자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 고양이였다. 어떤 고양이들은 사람을 보면 달아나기 바쁘고, 또 어떤 고양이들은 친화력이 좋아 간식이나 쓰다듬어줄 손길을 기대하며 다가온다. 하지만 이 녀석은 달랐다. 마치 등반가가 산을 정복하듯, 사람의 어깨를 ‘오를 대상’으로 삼는 고양이였던 것이다.
뒤에서 배달원의 어깨에 조용히 뛰어오르는 고양이 친화력
“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가? 거기에 산이 있으니까.” 유명한 등산가인 조지 말로리의 명언처럼, 이 고양이는 “왜 어깨에 오르는가? 거기에 어깨가 있으니까.”라는 신조라도 품고 있는 듯했다. 배달원은 이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휴대폰 조작에만 몰두한 터라, 뒤에서 슬쩍 다가오는 고양이의 존재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이다. 고양이는 발자국 소리 하나 내지 않고 살그머니 접근한 뒤,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했다.
이 난데없는 ‘어깨 등반’에 깜짝 놀라 허둥댔지만, 고양이를 거칠게 쫓아내지 않았다. 사실 놀라고 당황할 법도 했지만, 그 순간에도 그는 고양이가 크게 해코지할 것 같지 않다는 걸 직감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고양이가 어깨 위에서 균형 잡으며 버티고 있는 동안, 그저 살짝 자세를 바꾸며 고양이가 떨어지지 않도록 묵묵히 받아주었다. 마치 ‘나중에야 웃을 수 있는 황당한 기억’을 몸소 겪고 있는 셈이었다.
현관문 안쪽에서는 집주인이 이 광경을 CCTV로 지켜보고 있었다. 배달원이 어깨 위의 고양이와 씨름하는 모습이 어찌나 우스웠는지, 그녀는 잠옷 차림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 문을 열고 웃음을 터뜨리며 살며시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배달원에게 사과의 말을 건네며, 이 별난 고양이를 집 안으로 데려갔다. 배달원은 겨우 상황을 정리한 뒤,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는 표정으로 잠시 하늘을 쳐다보았다.
이런 ‘어깨 타기’를 즐기는 고양이는 대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고, 호기심과 친화력이 넘친다. 배달원을 그냥 하나의 ‘이동식 캣타워’로 여겼던 걸까, 아니면 순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저돌적으로 뛰어든 걸까?
만약 같은 상황이 내게 벌어진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