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시간, 학원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의 자기조절력 키우는 놀이와 휴식

아이들이 고학년이 되면, 중학교 입시를 준비하기로 한 가정이나, 주변에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가 많은 학군에서는 이런 부모의 푸념을 자주 듣게 된다.

“놀 시간에 공부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방과 후 친구들과 놀다가 약속한 시간까지 집에 오지 않거나, 학원 프린트를 제대로 풀지 않거나, 주말에 멍하니 책을 읽으며 아무리 말을 걸어도 좀처럼 공부하려 하지 않는 모습에 속이 타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노는 시간’은 아까운 것일까?

아이들의 학력 향상에는, 비인지 능력이 크게 작용한다. 학습의 동기가 되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심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주도성’이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인내력이나 충동을 조절하는 힘(본능적 욕구를 이성으로 다스리는 힘)이 없다면 학습 능력은 쉽게 향상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수업 복습이나 숙제에서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 “어떻게든 이해하고 싶다”라며 버티는 아이와 “몰라! 하기 싫어”라며 포기해버리는 아이. 하고 싶은 게임이 있어도, 보고 싶은 영상을 참아가며 공부로 마음을 돌리는 아이와, 금세 유혹에 빠지는 아이.

두 아이가 같은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간이 흐르면 분명한 성적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스포츠나 예술 분야도 마찬가지다. 목표를 향해 꾸준히 노력하지 못하고, 유혹에 져서 게으름을 피우거나, 기대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쉽게 좌절해 의욕을 잃는다면 원하는 성과를 얻기 어렵다.

비인지 능력인 인내심과 충동 조절력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성장 요소인 셈이다.

게다가 충동 조절 능력은 학습뿐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준다.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친구 관계가 불안정해지고, 학교에서 트러블이 늘어나며, 아이와 부모 모두의 마음이 쉬이 가라앉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이처럼 비인지 능력의 성장을 위해서는 ‘여백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는 점, 거듭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멍하니 있는 시간”이야말로 소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어른들은 아이가 노는 시간이나 멍하니 있는 시간을 ‘낭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학교 입시에 특화된 학원에서는 ‘쓸데없는 시간은 필요 없다’는 사고가 강해, 방과 후 시간을 전부 학습으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겉보기엔 쓸모없고 낭비처럼 보이는 시간이야말로, 아이들의 비인지 능력을 키우고, 인지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열쇠가 담겨 있다.

우리의 뇌는 멍하게 있거나 명상에 가까운 상태일 때,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라는 일종의 아이들링 모드에 들어간다. 이때도 뇌는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입력된 정보를 정리하고 있다.

그 결과, 의식적으로 골몰해도 해결되지 않던 정보가 정리되어, 이전의 경험이나 정보와 연결되며, 좋은 아이디어로 바뀌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방과 후의 ‘아무 일도 없는 시간’ 속에서 정리되고, “아, 혹시 그게 이런 뜻이었을까?”, “수업에서 들었던 게 이 놀이랑 비슷하네”라는 식으로 깨달음이나 발견으로 이어진다.

 

충동을 스스로 다스리는 법

한편, 본능적인 욕구인 ‘충동’을 이성으로 제어하는 힘은 뇌의 전전두엽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저학년일 때는 이런 조절이 서툰 아이들이 많고, 고학년이 되어도, 어른들도 그렇듯 항상 침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도 경험상, 산만하고 참을성이 없고 잘 화내던 아이들도, 중·고등학생이 되면 눈에 띄게 안정감을 갖게 된다. 이것은 전전두엽의 성장과 함께 ‘스스로 조절하는 기술’을 익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몰입해 노는 경험. 자신만의 힘으로 어렵고 복잡한 퍼즐이나 만들기 과제를 끝까지 해내는 시간. 이런 몰입 경험이 집중력, 끈기, 충동 조절력의 기반이 된다.

억지로 시키는 주입식 공부보다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놀이 속에서 능력을 기르는 방과 후 시간이야말로, 아이들의 가능성을 넓히는 힘이 된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조절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습관을 의식하는 것이 좋다.

아이의 자기조절력을 키우는 3가지 습관

① 환경 설정 – 유혹하는 요소를 멀리하기 (스마트폰, 게임, TV 등)
단순히 “나쁜 아이니까 뺏겠다”는 식이 아니라, 어른들도 유혹에 저항하려고 애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의지를 존중하며, 함께 동의한 규칙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② 작은 단계의 습관화 – 작은 목표를 쪼개고, 달성 경험을 반복하기
“해냈다!”는 성공 체험을 쌓아가며 조금씩 레벨업해 나가도록 하자. 칭찬을 곁들여 습관화하고, 자신감과 자기 긍정감을 키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③ 내성적 사고 – 자기 감정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습관
일이 잘 안 풀릴 때, 계획을 조정하며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벽에 부딪혔을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건 바로 ‘자신을 믿는 힘’이다. 일상에서 놀이나 대화를 통해 자기긍정감을 키우는 것이 필수다.

 

어른의 역할도 함께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습관은 특히 저학년일 때는 어른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특히 ③ 내성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언어력과 어휘력이 꼭 필요하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아 친구를 때리는 등 충동적으로 행동했을 때, “안 돼!” 한 마디로 끝내기보다는, 아이가 진정한 뒤 “뭐가 싫었어?”라고 되묻고, “그랬구나, 속상했구나”, “그만하길 바랐던 거구나”와 같이 아이의 감정을 말로 풀어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게 말하는 습관이 아이의 감정조절 능력, 자기이해력, 더 나아가 비인지 능력의 성장을 도울 수 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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