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넘 효과(Forer Effect), 확증 편향을 활용한 연애·직장 커뮤니케이션 심리학

점을 보러 가거나, 타로카드에서 “와, 어떻게 내 속을 이렇게 잘 알지?” 하고 깜짝 놀라본 적은 없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어떻게 이렇게 콕 찝어내지?” 싶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실은, 이것이 바로 ‘바넘 효과(Barnum Effect)’라는 심리적 함정일 수도 있다.

바넘 효과는 간단히 말해서, 누구에게나 적용될 법한 이야기인데도 왠지 “나에게만 딱 들어맞는다”고 느끼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래서 점괘나 운세, 혈액형, 별자리 같은 것들이 “오, 소름 돋아!”라는 반응을 자주 일으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리 머릿속 깊은 곳에는 “확증 편향”이란 것이 자리 잡고 있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혹은 자기에게 유리하거나 듣고 싶은 정보에만 집중하기 쉬운 탓에, 마치 내 얘기를 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역시 사람들이 흔히 걸려드는 ‘바넘 효과’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바넘 효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요점이 있다”

 

P.T. 바넘(P.T. Barnum)
P.T. 바넘(P.T. Barnum)

 

바넘 효과는 1940년대 미국 심리학자 버트럼 포어(Bertram Forer)가 실험으로 검증해냈고, ‘포어러 효과(Forer effect)’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보통은 ‘바넘 효과’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다. 왜 하필 ‘바넘(Barnum)’일까. 2017년 영화 “위대한 쇼맨”으로도 잘 알려진 서커스 업계의 전설 P.T. 바넘(P.T. Barnum)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포인트는 반드시 있다(We’ve got something for everyone)”라는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일종의 흥행사였던 그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문구와 연출을 교묘히 써서 대중을 열광하게 만든 것처럼, 바넘 효과 역시 “보편적인 내용”을 “개인화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며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당신은 대체로 건강하지만, 요즘 일 때문에 고민이 있군요”

 

가장 흔한 예가 바로 점이다. “나 요즘 일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라고 점을 보러 가면, 점쟁이가 “당신은 전반적으로 건강하지만, 최근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있네요”라고 ‘확실하게’ 말해준다. 그러면 “헉, 정말 내 상황을 딱 맞히네” 하며 신기해한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전혀 ‘일 고민’ 같은 게 없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누구나 크든 작든 일과 관련된 고민이 한두 개쯤은 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점괘를 들으면 누구라도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알지?”라고 반응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버넘 효과가 만들어내는 착각이다.

이건 혈액형 진단, 별자리 운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면 “당신은 A형이니 꼼꼼하군요” 같은 말은 A형이든 아니든 누구나 꼼꼼한 면이 조금은 있다. 다만, 그 말을 들은 사람이 “아, 맞아, 나는 늘 꼼꼼하게 일 처리하려고 하지”라며 기뻐해버리면, 어느새 거기에 빠져버리는 것이다.

 

연애와 직장에서 써먹는 바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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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바넘 효과는 ‘사기꾼’이나 점쟁이들만의 기술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로도 손색없다. 예를 들어, 처음 만난 사람에게 “○○ 씨는 말랐는데도 건강미가 넘치네요. 뭔가 활기차 보이세요”라고 말하면, 그 상대는 ‘나 말랐다고? 사실 난 그냥 평범한 체격인데… 그래도 좋게 봐주네!’라고 기분이 좋아질 확률이 높다. 거기에 이름(혹은 ‘당신’, ‘너’ 같은 2인칭)을 살짝 얹어주면, “진짜 나만을 위해 해주는 말이구나”라는 느낌이 강해져서 바넘 효과가 더욱 크게 작용한다.

연애 장면에서도 똑같다. “○○ 씨는 정말 순수하시네요”라든지, “○○ 씨는 남의 기분을 잘 챙겨주시는군요” 같은 말은, 사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나 어느 정도 들어맞는 말이다. 그런데도 그런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게 만든 상대방은 결국 당신에게 호감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팀장이나 리더라면, 부하 직원에게 “힘든 작업인데도 꾸준히 잘 버텨줘서 고마워”라고 말해보자. 대다수 사람은 어느 정도 ‘힘든 일’을 참아 내고 있으니, 조금만 관심을 표현해줘도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하고 감동하기 쉽다. 그러면 자연스레 당신을 신뢰하게 되고, 업무 효율도 높아질 수 있다. 물론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선배님은 늘 엄격하시지만, 그 속에 따뜻함이 있어요” 같은 말을 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 엄격하기만 한 거 아니고 따뜻한 구석도 있군’ 하고 상대가 느낄 수 있으니, 의외로 관계 개선에 효과적이다.

 

바넘 효과, 잘 쓰면 윤활유… 남발하면 독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바넘 효과도 적당히, 그리고 진심을 담아서 써야 한다. 너무 자주, 또는 과하게 두리뭉술한 칭찬이나 말을 던지면, “아니, 이 사람은 맨날 누구에게나 똑같은 말만 해. 빈말인가?”라는 의심을 사기 딱 좋다.
또, 일부러 상대를 속이려 들거나, 특정 의도를 감추고 이용한다면 언젠가 들통 나 불신감만 키울 수 있다. 예컨대 오직 영업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고객에게 “고객님은 정말 안목이 뛰어나시네요”라고 상투적으로만 말해댄다면, 상대도 눈치가 있어 언젠간 진정성을 의심하게 될 것이다.

바넘 효과는 ‘나’와 ‘상대’를 연결해주는 다리 같은 존재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어느 정도 ‘보편적이면서도 개인화된’ 느낌으로 건네면, 마음이 열리고 호감도는 상승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내가 진정으로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깔려 있어야 한다.
핵심은 “어떤 말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어떤 의도로 그 말을 하느냐”다. 진심을 담아 적절히 사용하면, 버넘 효과는 직장과 일상, 연애, 우정 등에서 갈등 대신 따뜻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멋진 도구가 되어줄 것이다.

 

마치며

 

우리는 종종 “누구나 겪는 일”을 “나만의 운명”으로 착각하곤 한다. 그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인간은 자기 인생을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니 말이다. 그래서 “아, 네 말 맞아. 내 상황이 딱 그렇거든!” 하는 순간, 우린 엄청난 안도감과 친밀감을 느낀다.

바넘 효과는, 우리가 얼마나 ‘자기만의 세계관’ 속에서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세계관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점쟁이 앱에서 들은 “당신, 요즘 일 때문에 힘들죠?”라는 말에 “헉, 정말 내 마음을 아는구나!”라고 감탄하기 전에, “이게 바넘 효과인가?”라고 한번 쓱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래도 믿고 싶다면 믿는 것이 인간이니까.
단, 무조건 맹신하거나, 혹은 그 효과를 너무 교활하게 이용하지만 않으면, 바넘 효과는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을 조금 더 부드럽고 유쾌하게 만드는 작은 심리 마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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