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 배수구에서 벌레가 기어나오는 것을 본 적이 있거나, 소름 끼치는 벌레를 변기에 던져본 적이 있다면, 이들이 물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지 궁금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많은 곤충들은 물속에서도 오랜 시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다행스러운 소식일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한 소식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 곤충의 놀라운 생존 능력, 호박벌의 사례
어떤 곤충들은 물속에서 오래 버티는 데 더 적합하며, 그 중 하나가 호박벌이다. 호박벌은 최대 일주일 동안 물속에 잠겨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2024년 4월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험 도중 실수로 거의 익사할 뻔한 호박벌 여왕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일반 동부 호박벌(Bombus impatiens)의 81%가 7일 동안 물에 완전히 잠긴 상태에서도 무사히 살아남았다고 한다. 이 연구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연구진은 이 실험이 자연에서 실제로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모방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호박벌은 보통 땅 속에 둥지를 만드는데, 이런 둥지는 홍수에 취약하다. 그러다 보니 호박벌 여왕은 홍수가 나도 물에 잠긴 둥지 안에서 안전하게 버틸 수 있는 능력을 발달시킨 것이다.
2006년 유럽 강 범람원에서 곤충의 이동 행동을 관찰한 논문에서는 유럽의 강 주변에서 사는 곤충들의 행동을 살펴보았는데, 식물과 잎을 먹고 사는 곤충들 중 70%는 강 주변에서 겨울을 보내며, 물에 잠겨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거미와 땅벌레는 물에 잠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강을 벗어나 이동하는 것을 선택했으며, 많은 곤충의 유충들도 이와 같은 선택을 했다. 이는 모든 곤충이 물속에서 살아남는 데 적합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 곤충들이 어떻게 물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비밀은 바로 곤충들의 호흡 방식에 있다. 사람과 같은 포유류는 산소를 폐로 들이마신 후, 혈액을 통해 몸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하지만 곤충들은 폐가 없다. 대신 가슴과 배에 작은 구멍인 스피라클이 있어서 여기로 공기를 들이마시고, 이 공기는 몸 전체에 퍼진 작은 튜브 같은 기관을 통해 전달됩된다. 곤충들은 이 스피라클을 열고 닫으면서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필요할 때는 완전히 닫아 외부의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고도 오래 버틸 수 있다. 이를 ‘불연속적 가스 교환’이라고 하는데, 곤충이 스피라클을 빠르게 열고 닫는 방식으로 내부의 산소를 재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런 방식 덕분에 곤충들은 저산소 환경에서도 오랜 시간 생존할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곤충들은 홍수가 나서 둥지가 물에 잠기거나, 물속에 빠졌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곤충들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아무 곤충이나 물속에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큰 곤충일수록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더 산소가 풍부한 환경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