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을 걸고 5.5g 독을 마신 사형수, 흙 한 줌이 그를 살렸다?

1581년 독일 호엔로에 영지, 사형을 선고받은 ‘벤델 툰브라트’는 단순히 죽음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는 영주에게 제안을 했다.

“어차피 저를 죽일 거라면, 해독제의 효과를 실험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벤델 툰브라트’가 언급한 해독제는 ‘테라 시길라타(Terra Sigillata)’, 흙으로 만든 약이었다. 그의 계획은 단순했다. 강력한 독을 삼킨 뒤 ‘테라 시길라타’를 먹고 살아남으면 석방, 죽으면 그대로 끝.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사형수의 목숨을 건 실험

 

‘벤델 툰브라트’는 강도 혐의로 교수형을 앞두고 있었다. 감옥에서 처형일을 기다리던 그는 과거 떠돌이 생활을 하며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흙으로 만든 해독제’가 있다는 소문.
그는 이를 기회로 삼고 호엔로에의 영주 볼프강 2세에게 제안했다.

“그냥 교수형을 집행하는 것보다, 제 몸으로 해독제를 실험하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겠습니까?”

볼프강 2세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당시 독살은 귀족들에게 가장 두려운 암살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독을 해독할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마침 며칠 전, ‘안드레아스 베르톨트’라는 약장수가 마을을 돌며 ‘테라 시길라타’를 판매하고 있었다.

“이것은 만병통치약입니다! 특히 독을 해독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볼프강 2세는 ‘벤델 툰브라트’의 내기를 받아들이며 말했다.

“좋다. 네가 테라 시길라타를 먹고 살아남는다면, 자유를 주겠다.”

 

‘흙 해독제’ 테라 시길라타란?

 

흙을 먹는 문화(지오파지, Geophagy)는 고대부터 존재했다. 고대인들은 토양의 미네랄이 건강에 좋고, 기생충 감염을 예방한다고 믿었다.

기원전 500년경, 그리스 리무노스 섬에서는 특정한 날, 같은 언덕에서 붉은색 점토를 채취하는 전통이 있었다. 이 점토를 정제해 알약 형태로 만든 후, 신전의 여사제가 신성한 인장을 새겼다.

고대 로마에서는 이 흙이 독성 물질을 흡착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그 결과, 약국에서 판매될 정도로 인기 있는 의약품이 되었다.

중세 이후 한동안 잊혔으나, 르네상스 시대에 다시 각광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테라 시길라타’를 해독제뿐만 아니라, 적리, 궤양, 출혈, 신장병, 안질환 치료제로 사용했다.

하지만 현대 의학적으로 보면, ‘테라 시길라타’가 그런 효과를 지닌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벤델 툰브라트’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독을 마신 사형수, 결과는?

 

드디어 실험 당일이 되었다.

‘벤델 툰브라트’는 감옥에서 끌려 나와, 가장 치명적인 독을 마시게 되었다. 그것은 염화 제2수은(Chloride Mercuric, HgCl2)이었다.

이 독은 위벽을 부식시키고, 신장 손상을 일으켜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다. ‘벤델 툰브라트’는 치사량의 3배인 약 5.5g을 삼켰다. 그리고 곧바로 ‘테라 시길라타’ 4g을 와인에 타서 마셨다.

 

기적의 생존, 사형수를 살린 흙

 

예상대로, ‘벤델 툰브라트’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밤새 바닥을 구르며 몸부림쳤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그는 살아남았다. 볼프강 2세는 이 광경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네가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

그는 ‘벤델 툰브라트’를 석방했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이로써 사형수는 목숨을 건 도박에서 승리한 것이다.

그의 이후 삶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볼프강 2세는 약장수 ‘베르톨트’에게 평생 쓸 ‘테라 시길라타’를 구매했고, ‘베르톨트’는 엄청난 부를 쌓았다고 한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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