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이라는 단어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을 주는 단어다. 그런데, 2025년에 남미 에콰도르의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멸종”이란 단어가 따라붙던 새 한 마리가 190년 만에 다시 발견되었다. 이 새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만 살아가는 희귀한 고유종인 ‘갈라파고스뜸부기(Laterallus spilonota)’다.
날지 못한 채 사라져 멸종된 새라고 알려졌었던 ‘갈라파고스뜸부기’
갈라파고스뜸부기는 소박한 모습의 작은 새다. 몸길이는 고작 15~18cm에 회색과 검은색 줄무늬, 가느다란 다리와 짧은 부리까지.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고 수수한 이 새가 특별한 이유는 날지 못하는 새라는 점이다. 정확히 말하면 완벽히 날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록된 비행 거리가 단 몇 미터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비행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
날 수 없는 이 특성 때문에 갈라파고스뜸부기들은 각 섬마다 고립되어 자신들만의 생태계를 형성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19세기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됐다. 사람이 섬에 데려온 고양이와 쥐 같은 외래 포식자들이 퍼지면서, 날 수 없는 뜸부기들은 속수무책으로 포식당했다.
특히 플로레아나 섬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서 1830년대를 마지막으로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아 “완전히 사라진 존재”로 취급돼 왔다.
190년 만의 재회… 사라진 줄 알았던 새가 나타나다
그런데 바로 이 플로레아나 섬에서 2025년, 찰스 다윈 재단(CDF)과 갈라파고스 국립공원국이 장기간 진행해온 생태계 복원 프로젝트의 조류 모니터링 조사에서 갈라파고스뜸부기가 재발견되었다. 그것도 3곳의 서로 다른 장소에서였다. 이로써 190년 만에 처음으로 ‘갈라파고스뜸부기’의 존재가 공식적으로 다시 확인됐다.
조사팀은 이번 발견이 우연이 아니라 두 가지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가능성은 최근에 극소수의 뜸부기가 다시 섬에 정착했을 가능성이고, 두 번째 가능성은 애초부터 완전히 절멸되지 않고 극소수만 은밀히 살아남아 인간 눈에 띄지 않았던 경우다. 전문가들은 뜸부기가 날지 못하는 특성과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발견된 사실 등을 근거로 두 번째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플로레아나 섬의 외래종 퇴치 프로젝트다. 10년 넘게 준비하여 2023년 10월에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고양이와 쥐, 염소 같은 외래종을 완전히 제거해 섬의 생태계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키려는 목표로 진행됐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결국 결실을 본 것이다.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이번 재발견에 대해 “플로레아나 섬에 있어 큰 승리이자, 다른 고유종들도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탄”이라고 기뻐했다.
자연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지만 다시 복원하려면 수십, 수백 년의 긴 세월이 걸린다. 그러나 우리가 끈질기게 노력하면 사라진 생명과 다시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190년 만에 들려온 갈라파고스뜸부기의 작은 울음소리는, 어쩌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미래로 가는 아름다운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