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나 등장하던 ‘가사 도우미 로봇’이 마침내 현실 세계로 걸어 나왔다. 방 청소는 물론이고, 세탁물을 옮겨주고, 창문까지 깨끗하게 닦아주는 그런 가사 도우미 로봇 말이다. 이 로봇의 이름은 ‘네오 감마(NEO Gamma)’이며, 노르웨이의 로봇 회사 ‘1X‘가 최근에 내놓은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두 발로 성큼성큼 집안을 돌아다니며 빨래를 옮기고, 진공청소기를 돌리는가 하면, 창문까지 능숙하게 닦는다. 과장 조금 보태면 이쯤 되면 로봇이 아니라 사람과 다를 게 없다.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로봇
사실 기술적으로 뛰어난 로봇이라 해도, 집이라는 공간은 인간에게 편암함을 주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따라서 가정용 로봇은 사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NEO Gamma’는 로봇 이상의 존재다. 인간과 거의 똑같은 키에,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걷고, 앉았다 일어나며 물건을 집는 것도 자유롭게 한다. 겉모습도 가정에 어울리도록 최대한 부드럽게 디자인되어있다. 일본의 니트 회사인 시마세이키의 3D 프린터로 제작된 하얗고 부드러운 니트 소재가 전신을 덮고 있어 차갑고 딱딱한 로봇의 느낌을 없애고 포근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소음 걱정도 필요 없다. 관절 부분에 탑재된 구동 시스템이 사람의 힘줄과 같은 구조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움직일 때 발생하는 소음은 고작 냉장고 수준인 10 dB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밤중에도 조용히 집안일을 하며 돌아다녀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인간과 소통하는 가사 도우미 로봇의 인공지능
네오 감마는 조용히 집안일만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사람의 몸짓이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고도화된 AI 시스템 덕분에, 제스처로 원하는 일을 지시하거나 말로 간단히 요청할 수 있다. 예컨대 벽에 걸린 그림 액자가 삐뚤어져 있을 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살짝만 제스처를 취해도 즉시 알아차리고 똑바로 고쳐준다.
뿐만 아니라 자연스러운 대화까지 가능하다. 네오 감마의 몸 곳곳에는 총 4개의 고감도 마이크가 내장돼 있어 사람의 목소리를 정확히 듣고, 얼굴과 골반 쪽에 있는 스피커 3개가 대답을 해준다. 특히 골반에 장착된 스피커는 음악 감상용으로도 쓸 수 있다. 어린 아기가 있는 집이라면, 골반에 내장된 중저음 스피커를 활용해 로봇이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줄 수도 있다. 어쩌면 로봇에게 자장가를 부탁하는 게 흔한 시대가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과 함께 개발되는 휴머노이드
1X사는 원래 산업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 ‘EVE’를 만들던 회사였지만, 이번엔 가정용 로봇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회사의 CEO 번트 볼니히(Bernt Børnich)는 뉴스 발표에서 이렇게 말했다.
“곧 사람마다 자신만의 로봇을 가지게 되는 시대가 올 겁니다. 하지만 로봇이 정말로 일상에 깊숙이 들어오려면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배우고 익혀야 합니다. 로봇 개발자 혼자 실험실에서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가정이라는 공간은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다. 어떤 집에서는 노인을 위해 문을 열어줘야 하고, 또 어떤 집에서는 고양이나 강아지를 돌봐야 한다. 이런 미묘한 인간 생활 속의 다양한 상황을 로봇에게 완벽히 이해시키려면, 연구소나 공장이라는 정해진 공간만으로는 어렵다는 뜻이다.
회사의 CEO인 번트 볼니히(Bernt Børnich)는 네오 감마를 한시라도 빨리 소비자들의 집 안으로 보내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확한 출시 날짜나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내로 더 많은 정보가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