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지중지하던 자동차를 도둑맞은 한 남성이 몇 주 뒤, 인터넷에서 너무나도 똑같은 차를 발견하고 단번에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바로 도둑맞았던 본인의 차량이었다.
애지중지하던 혼다 시빅 타입 R, 한순간에 증발
2025년 2월, 영국 잉글랜드 솔리헐에 사는 유안 밸런타인(36)은 자신의 2016년식 혼다 시빅 타입 R이 자택 주차장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아침에 일어나고서야 알게 된다. 9년간 함께한 애마였기에 충격은 컸다. 언젠가는 가족용 차로 바꿔야 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실컷 몰고 다니고 싶던 차였다.
도난 신고를 했지만 경찰과 보험사 모두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고, 그는 결국 온라인 중고차 사이트에서 같은 연식, 같은 모델의 차량을 찾기 시작했다.
2주 만에 발견한 닮은꼴 차량
기적처럼, 도난 사건 2주 뒤 그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똑같은 차량을 발견했다.
색상, 배기 시스템, 외관의 사소한 특징까지 똑같았고, 판매처는 자택에서 110km 떨어진 한 정비소. 유안은 망설임 없이 약 2만 파운드에 차를 구매한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둘 눈에 띄었다. 트렁크엔 전에 사용하던 텐트 팩, 크리스마스 장식, 익숙한 포장지까지 들어 있었고, 차 안에는 전에 맥주병이 깨졌던 그 향이 은은히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는 ‘설마’ 하는 마음에 내비게이션을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다. 자신의 집 주소, 부모님 집, 연인의 집, 그리고 예전에 다녔던 곳들이 고스란히 저장돼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스마트폰을 차량에 연결하자, 새로 페어링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블루투스가 연결되었다고 한다.
혼다 공식 딜러를 찾아간 그는, 스마트키에서 물리 키를 꺼내 문을 열어보는 테스트를 했고, 차문은 열렸다.
경찰 앞에서 그것을 직접 확인한 정비사는 “맞습니다. 이건 분명 당신 차입니다”라고 단언했고,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처음엔 회의적이었다고 한다. 차량 식별 번호(VIN 코드)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밀 조사를 통해 차량 곳곳에서 번호를 지운 흔적과 번호를 새긴 흔적이 발견되었고, 정비소의 기술진이 차량을 컴퓨터에 연결한 끝에 원래의 VIN 번호를 찾아냈다. 결국, 그가 구매한 차량은 명백히 유안 본인의 도난 차량이었던 것이다.
도둑은 번호판을 바꾸고, 계기판의 주행 거리까지 조작했으며, 차량을 철저히 “복제”해 전혀 다른 차량처럼 보이게 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딜러 모두 입을 모아 “이 정도로 완벽하게 위장한 사례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