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쯤이 되면 아이가 사람을 낯가려 하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모습은 사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다. 그렇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이럴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어떤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까?”하고 고민될 때도 많다.
이번 글에서는 4세 아이가 사람을 낯가리게 되는 이유와 발달장애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 그리고 낯가림 심한 아이에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을지까지 차근차근 살펴본다. 아이가 편안한 마음으로 자라갈 수 있도록, 부모가 어떤 방식으로 지지해줄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해보자.
낯가림 심한 아이의 사람이 낯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 변화로 인해 생기는 낯가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가기 시작하는 시기는 아이에게 첫 번째 집단생활이라는 큰 변화가 생기는 순간이다. 하루 대부분을 부모와 지내던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갑자기 모르는 친구들과 선생님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 아이가 의지하던 안전한 공간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고, 당연히 불안도 커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환경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아이에게 상당히 큰 스트레스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집이 아닌 곳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해서 낯선 공간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낯선 환경 속에서 단번에 여러 규칙 속 집단 생활이 시작되면, 아이들 중에는 주변을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한동안 스스로를 지켜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부모라는 안전기지에서 벗어나 갑작스러운 변화를 마주할 때, 방어 본능과 경계심이 높아지고 그 결과 사람이 낯설다는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
정신적·인지적 성장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사람을 낯가리는 모습은 쉽게 나타날 수 있다. 4세 무렵이 되면,
- 처음 가보는 장소
- 처음 보는 물건
- 처음 만나는 사람
이런 낯선 것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생기고, 때로는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리거나, 부모의 옆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등, 이 시기 특유의 사람이 낯설어지는 반응이 쉽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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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성격
4세 전후는 아이가 다른 사람이라는 개념을 확실히 인식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아기 때와 달리 시야가 넓어지고, “나”와 “다른 아이”가 구별된다는 걸 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성향의 아이들은 이 인식이 강한 만큼,
‘부끄럽다’
‘뭐라고 말을 걸어야 하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지?’
이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그 때문에 조용해지거나, 부모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말도 거의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 부모가 억지로 무리하게 그룹 속으로 밀어 넣기보다는,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하고 안심을 주는 말과 태도가 오히려 아이에게 훨씬 큰 안정감을 준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3세 전후는 혼자 노는 단계에서 점점 “다른 아이와 함께 노는 단계”로 확장되는 시기이지만, 그 속도는 아이마다 다 다르다.
부모는 종종
“왜 친구들이랑 같이 안 놀지?”
“왜 먼저 말 걸지 못할까?”
하고 마음이 쓰일 수 있다.
그런데 혼자 노는 것 자체가 문제인 건 아니다. 아이들은 혼자서 노는 동안에도 주변 친구들의 놀이 방식이나 행동을 보고 듣고 자연스럽게 집단 놀이를 배우고 있다. 따라서 ‘무조건 친구 속으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조급해할 필요가 없다.
가끔 “오늘은 뭐 하고 놀았어?” 하고 가볍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하다. 혼자 노는 시간이 나쁜 게 아니고, 아이의 발달 속도일 뿐이다.
루틴을 좋아하는 아이
어떤 아이들은 새롭고 도전적인 것을 좋아하는 타입인 반면, 반대로 익숙한 활동·정해진 흐름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새로운 자극보다는 늘 하던 방식이 더 편한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관심이 바깥으로 크게 확장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 보면 사람을 낯가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것을 경계하는 성향이 먼저 나타나는 것일 뿐이고, 그 결과가 사람 낯가림처럼 보이는 것이다.
발달장애? 일시적 낯가림? 구분하는 방법
선택적 무언증이란 무엇인가
선택적 무언증은 특정한 장면·상황에서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예를 들어 집에서는 평소처럼 잘 얘기하지만,
- 유치원
- 어린이집
- 학원
낯선 모임 같은 상황이 되면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어린아이들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원인은 강한 긴장감이나 불안감과 관련이 있다.
사람을 낯가리는 모습과 가장 큰 차이는 두 가지다.
① 말하지 못하는 상태가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점
단순히 어색해서 멈칫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특정 상황에서는 일관되게 말을 하지 못한다.
② 안정된 환경에서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가끔은 편안한 분위기에서도 말이 나오지 않아, 낯가림과는 성질이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대응을 하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선택적 무언증은
“엄청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네”
“그냥 심한 낯가림이겠지”
같은 가벼운 판단으로 넘겨버리면 발견이 늦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아이 자신은 점점 말하지 못하는 상태에 힘겨움을 느끼고, 학교나 사회생활에서 ‘나만 다르다’는 부담감을 크게 느끼며 성장하게 된다.
만약 “집에서는 말이 많은데, 유치원에서는 거의 말이 없다…”라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전문 기관에 상담해보는 것이 좋다.
사람 낯가림은 하나의 개성인가? 꼭 극복해야 할까?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아이가 할 수 있었던 일과 노력한 순간들을 많이 칭찬해주면 아이는 점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 된다. 자신감이 생기면, 예전에는 어려워하던 일이나 스스로 피하던 일에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생기고, 결국 못하던 것들도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게 된다.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존중하고, 그 모습을 개성으로 인정해주는 시간을 가질 때 아이의 마음은 더 크게, 튼튼하게 성장해간다. 만약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길러주고 싶다면, 부모가 먼저 집에서 아이에게 말을 걸고 놀이에 초대하는 등 적극성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좋은 방식이다.
‘이래야 한다’는 이상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금물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이런 아이였으면 좋겠다”
라는 기대를 아이에게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와 부모는 같은 사람이 아니다. 형제·자매가 있다고 해도 각자 다른 성격과 기질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다.
부모가 원하는 모습 = 아이의 행복, 이 공식은 항상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의 이상을 강하게 밀어붙이면 아이 마음은 오히려 더 닫히고, 위축될 수 있다. 따뜻하게 지켜보며, 아이 스스로의 페이스를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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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낯가림 = 나쁜 것”이라는 식의 말은 절대 하지 말기
아이의 사람 낯가림을 빨리 고쳐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다 보면
“인사 안 하면 안 돼!”
“왜 친구들한테 먼저 안 가?”
이런 식의 말이 나오기 쉽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아이에게
‘나는 인사를 못하는 나쁜 아이인가?’
‘내가 잘못하고 있나?’
라는 부담만 더 크게 준다.
물론 인사를 잘하는 것이 좋겠지만, “○○하면 안 돼”, “그건 나쁜 거야” 같은 표현은 아이에게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아주는 것과 같다.
이런 말은 아이의 마음을 더 위축시키고, 사람을 만나거나 인사하는 행동 자체를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부정적인 표현과 평가적인 말은 최대한 피해야 한다.
아이의 감정을 먼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사람을 낯가리는 상황이 오면 부모는 마음이 급해져서 “자, 고맙습니다는?” “빨리 인사해야지!”라고 재촉하는 말을 쉽게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말은 아이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들고, 아이는 스스로가 위축돼 더욱 말을 못 하게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급하게 시키면 인사하는 이유,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미 같은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싫은 느낌”만 남을 수 있다.
그래서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감정 자체를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부끄러웠구나.”
“조금 무서웠지?”
“긴장됐구나.”
이렇게 말해주는 것만으로 아이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구나’ 하는 안정감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부모도 아이의 상태를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이가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부모가 대신 말해주기
4세~4세 반 정도의 시기는 어휘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다. “엄마 밥 먹어” 같은 짧은 문장(두 단어)에서 “○○가 밥 먹고 싶어” 같은 세세한 문장(세 단어 이상)까지 표현력이 확장된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과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능력은 미숙하다. 앞뒤를 조절하며 말하는 전두엽 기능이 아직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는 욕구 표현은 잘하지만, 자기 마음을 차분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람이 낯선 상황에서 입을 꾹 다물고, 몸이 굳어버리고, 아무 말도 못 하는 경우,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가 갑자기 낯설어서 부끄러웠구나.”
“저 사람이랑 갑자기 마주쳐서 놀랐구나.”
이런 식의 말이다.
이렇게 부모가 감정을 대신 설명해주면 아이는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구나’ 하고 편안함을 느낀다.
그리고 부모의 말을 통해 “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되는구나” 라는 언어적 모델링 효과가 생긴다.
미리 일정과 상황을 알려주기
“오늘은 3시에 엄마 친구가 집에 올 거야.”
이렇게 일정을 미리 알려주는 것도 낯가림 심한 아이에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루틴을 좋아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힘들어하는 아이에게는 효과가 크다. 거기에 어떤 사람이 오는지, 엄마랑 어떤 사이인지, 어떤 분위기의 사람인지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아이는 더욱 안정감을 갖는다.
어른도 예고 없이 갑자기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다른 장소에 가면 당황하고 긴장된다. 아이에게는 더 큰 부담일 수 있으니, 조금의 안내만 있어도 마음을 준비할 수 있다.
보호자가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
앞서 말했듯이, 아이의 사람 낯가림을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 태도가 중요하다. 부모 마음속에 “사람 낯가림 = 안 좋은 것”, “사교성 = 좋은 것” 이런 기준이 있으면, 아이의 개성과 속도를 존중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이런 기준은 부모 자신을 더 조급하게 만든다.
“다른 아이들은 잘만 하던데…”
“우리 아이도 저렇게 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비교가 쌓이면 짜증이 올라오고,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
그 불안과 초조함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아이는 더 위축될 수 있다.
부모가 마음에 여유를 가지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구나”하는 느낌을 받고, 훨씬 더 편안해진다.
또한 여행처럼 변수가 많은 일정에서는 시간을 여유 있게 잡기,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장난감 챙기기 같은 준비가 부모의 여유를 더 크게 만든다. 준비가 갖춰져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람 낯가림은 성장 과정의 일부!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자
4세 무렵 나타나는 사람 낯가림을 보면서
“반드시 고쳐줘야 하는 문제인가?”
“이대로 두면 사회성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커질 때가 있다. 하지만 사람 낯가림은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한 단계일 뿐,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다.
부모가 해야 할 역할은 “우리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억지로 사람 낯가림을 없애려 하거나, 그 모습을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하면 아이는 더 불안해지고 더 움츠러들 수 있다.
지금까지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4세 전후에 나타나는 사람 낯가림은 환경의 변화와 성장 과정에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아이의 기질·성격과도 깊이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아이의 속도를 지켜보고, “지금 모습 그대로 괜찮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따뜻한 시선으로 기다려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된다.
사람 낯가림은 아이 스스로가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호다. 이를 성장의 한 과정으로 바라보며 넉넉한 마음으로 곁에서 지지해준다면, 아이는 자신만의 페이스로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과 환경에 적응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