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풍선 10만 개가 넘는 해양 생태계에 남기는 흔적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개의 기상관측 풍선이 하늘로 쏘아 올려지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바다새와 해양 생물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상관측 풍선은 대부분 고무로 만들어진 형태이며,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터져서 낙하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회수되지 않고 잔해가 그대로 바다에 남아 있게 된다. 기상관측 풍선의 잔해(고무, 부품, 플라스틱 혼합물 등)는 오랫동안 바다에 머무르며, 이러한 쓰레기에 얽혀 많은 해양 생물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기상관측 기구의 잔해에 얽혀 흰머리 갈매기

 

수면 위의 흰뺨검둥오리
수면 위의 흰뺨검둥오리

 

2023년 가을, 브라질 남동부의 산투스 만에서 한 어린 흰머리 갈매기가 해변 모래 위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이 새는 기상관측 풍선의 잔해에 얽혀 다리가 골절되었고, 무선 송신기가 달린 기구의 끈이 살 속으로 파고들어 조직을 손상시키고 혈류를 차단했다.

새는 너무 심하게 얽혀 스스로 깃털을 손질할 수도 없었다. 깃털 손질을 하지 못한 새는 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수의사에게 보여준 결과,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고, 결국 안락사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기상관측 잔해가 해양 생물에 미치는 영향

 

 

수의사인 다프네 골드버그는 기상관측 기구의 잔해가 해양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개의 기구가 발사되지만, 그 대부분은 회수되지 않는다. 기구의 재료인 라텍스, 면, 플라스틱 등이 해양 생태계 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고, 이러한 쓰레기로 인해 죽은 생물이 해안에 떠밀려오는 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며, 실제로 그 영향은 더 심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기구에 얽혀 죽은 생물의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라고 다프네 골드버그는 말한다.

 

기상관측 풍선의 작동 원리

 

 

 

기상관측 풍선은 고도에서 온도, 기압, 습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발사된다. 1930년대에 처음 발명된 이후 현재 전 세계 약 1,300개의 관측소에서 발사되고 있으며, 테니스공보다 세 배 이상 큰 고무 풍선으로 만들어져 폭풍 경보나 일기 예보에 활용되고 있다.

기구의 끈은 면으로 되어 있고, 라디오존데(기구에 부착되어 고층 대기의 온도·습도·기압 등을 측정하고, 무선으로 데이터를 지상으로 송신하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라디오존데는 폴리스티렌이나 경질 플라스틱으로 만든 상자 안에 센서와 무선 송신기가 내장되어 있으며, 매초 기상 데이터를 지상의 수신기로 송신한다.

미국은 연간 약 7만 6천 개, 캐나다는 약 2만 2천 개의 기구를 발사한다. 기구는 상승하면서 팽창하며, 일정 고도에 도달하면 부피가 100배로 커져 폭발하고, 고무 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라디오존데에는 작은 낙하산이 달려 있어 안전하게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고

 

호주의 탕가로아 블루 재단은 일회용 기상관측 풍선 쓰레기 문제에 대해 10년 전 관련 정부 기관과 환경 단체에 기상관측 풍선의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21개월 동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주변에서만 2,460개의 기구 쓰레기가 회수되었다고 한다. 호주가 발사한 기구의 약 70%가 결국 바다에 떨어진다고 추정된다.

기구 쓰레기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바다새뿐만이 아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꼬리에 끈이 얽혀 움직이지 못하게 된 붉은바다거북이 발견되기도 했다. 기구의 재료인 라텍스나 면은 생분해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분해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이 발사한 기구의 끈의 총 길이는 에베레스트 산 높이의 185배에 달한다고 한다.

 

대책이 시작되다

 

핀란드의 기상관측 기기 대기업 바이사라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생물 복지와 환경을 위해 기구에 사용되는 재료를 더욱 자연에 가까운 것으로 교체하는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존의 면보다 훨씬 빨리 분해되는 셀룰로오스 기반 섬유 끈을 사용하거나, 천연 소재나 전분으로 만든 라디오존데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친환경 모델은 기존 대비 20~30% 정도 비용이 더 든다.

비용이 더 들지만, 호주 기상국도 생태계에 더 친화적인 시제품을 시도하고 있으며, 해양 생물이 먹이로 착각하지 않도록 색을 입힌 기구를 사용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기구는 더 높은 고도의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지만, 드론을 사용하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최소한 해양 생물에게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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