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 배우자를 잃거나 원래 혼자였던 고령자들이 외로움을 느끼며 인터넷을 통해 만남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고령자의 외로움을 악용해, “연애 중”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돈이나 물품을 속여 빼앗는 “국제 로맨스 스캠”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에 있는 한 은행 창구에 어느 날 한 고령 여성이 방문했다. 그녀의 이상한 모습을 눈치챈 창구 담당 직원이 빠르게 대처한 결과, 여성은 가까스로 사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은행 창구를 찾은 고령 여성의 이상한 행동
3월 26일 호주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국제 로맨스 스캠에 휘말려 큰돈을 잃을 뻔한 고령 여성이 은행 창구 직원의 기지 덕분에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이 방문한 곳은 시드니 외곽에 있는 웨스트팩 은행 리버풀 지점이었다. 창구 담당 직원인 마리나 칼보우스키는 여성의 태도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다.
용건을 묻자 여성이 집을 팔기로 했고, 이 은행을 통해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이 몹시 긴장한 듯 보였기에, 마리나는 왜 집을 팔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나 여성은 “아들을 돕기 위해서”라는 애매한 대답만 했고, 이에 마리나는 여성에게 다른 방에서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해외 교도소에 있는 남자친구를 돕고 싶다는 사연
개인실에서 집을 파는 이유를 다시 묻자, 여성은 본심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해외 교도소에 있는 남자친구를 석방시키기 위해 큰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낀 마리나는 여성에게 “그 남자친구가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시자고 한 게 언제였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여성은 “사실 아직 직접 만난 적은 없어요. 우리는 인터넷에서 알게 됐어요”라고 답했다.
고령자를 노린 국제 로맨스 스캠임이 밝혀지다
마리나는 여성에게 그 남자친구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여성이 보여준 사진들을 하나하나 이미지 검색에 넣어보니, 모든 사진이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미지였지만, 남자친구라는 인물과 이름이 전혀 달랐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은 그 자리에서 눈물을 터뜨렸다. 마리나는 여성을 달래며 눈물을 함께 흘렸고, 여성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 경찰서로 안내했다. 사실 마리나의 아버지도 이와 같은 온라인 사기에 속아 전 재산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마리나는 즉시 여성이 속임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AI를 탑재한 보안 기능 도입도 임박
웨스트팩 은행의 금융 범죄 담당 책임자 “벤 영”은 AI(인공지능)를 탑재한 새로운 보안 기능, “SaferPay”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의심스러운 계좌로 큰돈을 송금하려 할 때, AI가 이를 감지하면 고객에게 마리나가 했던 질문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송금하려는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사람과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요?”
그리고 AI가 납득할 수 없는 답변을 받으면, 지불을 거부하거나 송금을 일시 중지함으로써 자금 이동을 차단할 수 있다고 한다.
고령자도 온라인 범죄에 휘말리는 시대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 15년 이상 지나며, 고령자들도 일상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전화나 ATM을 통한 보이스 피싱은 물론, 이번 로맨스 스캠처럼 온라인 상에서 큰돈을 가로채려는 로맨스 사기까지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만남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기 쉽다.
가까이 있는 할아버지나 할머니와의 대화 중에 “어?” 싶은 순간이 있다면, 마리나처럼 친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