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라면 다람쥐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정해져 있다. 작은 앞발로 땅을 살짝 파서 씨앗을 감춰두거나, 통통한 볼주머니에 나무열매를 가득 채우고, 더운 날이면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납작 엎드린 채 한가롭게 쉬는 모습 말이다. 그저 귀엽고 친숙한 다람쥐의 전혀 다른 면모가 캘리포니아주 콘트라코스타 카운티의 한 지역 공원에서 관찰되었다.
언젠가 볼주머니가 생고기로 가득 찰 날이 올까?
한 연구팀이 이 지역 공원의 다람쥐들을 장기간 관찰하던 중, 뜻밖에도 이들이 들쥐를 사냥해 먹는 장면을 수십 차례나 목격한 것이다. 흔히 다람쥐가 곤충을 먹는다는 정도는 알려져 있지만, 그동안 주로 씨앗과 견과류에 의존하던 이들이 몸집이 비슷한 포유류를 적극적으로 쫓아다니며 포식하는 모습은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러한 포착 순간은 마치 “평소 알던 그 친구가 갑자기 맹수로 변신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고 한다.
위스콘신대학교 오 클레어 캠퍼스와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연구팀의 이번 관찰 결과는 “Journal of Ethology”에 실리며 다람쥐와 같은 설치류가 척추동물을 사냥하는 행동이 공식적으로 기록된 건 처음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다람쥐는 ‘씨앗 먹는 초식성 동물’이라는 고정관념 아래 있었지만, 이번 일로 그들의 식성은 훨씬 더 유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렇게 다람쥐들이 들쥐를 잡아먹게 된 배경에는 간단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2024년 여름, 공원 내 들쥐 개체수가 전에 없이 폭증한 것이라 한다. 마치 밥상이 한순간에 풍성해진 꼴이다. 연구팀은 약 두 달 동안 관찰하며 무려 74건의 들쥐 포식 장면을 목격했는데, 그중 상당수가 다람쥐들이 직접 들쥐를 쫓아다니며 붙잡는 모습이었다. 수컷, 암컷, 어린 개체, 어른 개체 구분 없이 모두가 이 새로운 ‘반찬’에 적응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다람쥐들 사이에 새로운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연구를 이끈 제니퍼 스미스 박사는 이 현상에 대해 “다람쥐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동물이라, 이 같은 행동이 제대로 기록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놀랍다”는 소감을 전했다. 함께 연구한 손야 와일드 박사연구원은 처음에는 자신이 본 것을 믿기 힘들어했지만, 한 번 눈에 들어온 뒤로는 매일같이 공원의 어딘가에서 이 포식 장면이 포착되었다고 회상한다. 그만큼 이 현상은 널리 퍼진, 결코 우연이 아닌 행동 패턴으로 자리 잡은 듯하다.
연구진은 이 행동이 앞으로 다람쥐들의 번식과 생태계 먹이사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다른 다람쥐 종이나 지역으로 이 문화가 퍼져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포식 행위가 부모에서 자식으로 어떻게 전승되는지, 학습 및 전파의 관점에서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