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색 풍력 발전기, 새 충돌 사고 70% 줄이는 비결?

영국 정부가 해상 풍력 발전소의 풍력 터빈(블레이드)을 검정색으로 칠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매년 상당수의 들이 하늘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빠르게 회전하는 날개에 부딪히는 새 충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영국 환경·식품·농촌부(Defra)가 주도하는 이번 실험은 북해 지역에 계획된 풍력 발전기의 증설에 따라 지역 조류 생태계가 받게 될 영향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된다.


새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

새 충돌 사고가 발생하는 이유

사실 풍력 발전기가 새들에게 위험한 이유는 비교적 단순하다. 주로 백색 계열로 칠해진 거대한 날개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 이 날개가 바다와 하늘의 밝은 색조와 섞여서 새들 눈에 쉽게 인지되지 않는다. 그 결과 새들은 날개의 존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부딪히게 되며, 매년 영국 북해 해상 풍력 발전기 1기당 4마리에서 많게는 18마리까지 조류가 충돌로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제공한 것은 노르웨이의 연구다. 2020년에 진행된 해당 연구에서는 풍력 발전기 날개의 일부를 검정색으로 칠하는 매우 단순한 조치만으로도, 새들과의 충돌 사고가 약 70%나 감소하는 효과가 확인됐다. 영국 정부는 이 결과를 토대로 검정색 도색을 도입하게 되었으며, 추가로 줄무늬 패턴이나 자외선(UV) 코팅 같은 다양한 실험을 병행해 볼 계획이다. 특히 새들은 자외선을 감지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UV 코팅이 적용된 날개는 기존보다 훨씬 눈에 잘 띄어 충돌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년 간의 실험 후, 2027년 본격 도입

이번 실험은 4년간 진행되며, 효과가 입증될 경우 2027년부터 영국 내 해상 풍력 발전기에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실험 결과가 풍력 발전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향후 건축 분야에도 응용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인공 구조물과 새들의 충돌 문제가 점점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 미국 뉴욕에서는 고층 빌딩의 외벽과 유리창에 철새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부딪혀 대규모 폐사가 발생하면서, 도심 건축물의 설계와 마감재가 야생 조류에게 크나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이후 건축 전문가들은 건물 외벽이나 유리창에 새들이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무늬나 표식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자는 법적 규제 방안을 제안했으나, 영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아직 구체적인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해상 풍력 발전기부터 고층 건물과 투명 유리창에 이르기까지, 사람과 조류가 공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문제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영국 정부가 시도하는 검정색 풍력 발전기 날개 실험은, 자연과 기술이 어우러져 상생할 길을 모색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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