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죽으면 왜 다리가 말릴까?

살다 보면 한두 번쯤 집 안 어딘가에서 죽은 거미를 본 적이 있을 거다. 종류가 무엇이든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의 거미는 다리가 안쪽으로 동그랗게 말린 채로 죽어 있다는 것인데, 거미가 죽으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거미가 죽으면 다리가 오그라드는 이유

거미의 몸은 일종의 유압 장치(hydraulic system)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유압 장치는 액체의 압력을 이용해 기계를 움직이는 시스템인데, 거미의 경우 그 액체가 혈림프(hemolymph)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이건 척추동물의 피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거미에게는 사람처럼 다리를 뻗게 해주는 근육이 없다. 대신 몸속의 유압 챔버를 통해 혈림프를 다리 끝까지 밀어 넣어 다리를 펴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거미가 다리를 펼치거나 오므릴 때는 근육이 아닌 압력의 흐름을 조절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먹잇감을 잡을 때, 거미는 다리의 압력을 순간적으로 높였다가 빠르게 낮추는 방식을 이용해 번개처럼 다리를 뻗고 움켜쥔다. 하지만 죽음이 다가오면 상황이 달라진다.

거미가 죽거나 죽기 직전이 되면 혈림프 압력을 조절할 수 없게 되며, 그 결과 다리를 더 이상 뻗지 못하고 안쪽으로 말리게 된다. 압력이 사라진 유압 시스템이 더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거미의 다리는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오그라든 채로 굳어버리는 것이다.

 

다리가 말려 있다고 해서 항상 죽은 건 아니다?

다리가 안쪽으로 말려 있다면 대부분은 죽은 상태로 보인다. 하지만 이게 100% 죽었다는 말은 아니다. 왜냐하면, 거미는 생각보다 꽤 교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컷 너서리 웹 스파이더(nursery web spider)는 짝짓기를 위해 죽은 척하는 습성이 있다. 암컷이 방심하면 접근해 구애를 시도하는 식이다.

또 어떤 거미들은 적에게 공격당했을 때 반격하거나 도망치기 위해 죽은 척하는 전략을 쓴다. 이뿐만 아니라, 탈수나 스트레스 때문에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며 죽은 것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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