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서인도 제도에 자리 잡은 프랑스의 해외 영토, 과들루프(Guadeloupe). 그 북서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 생트로즈(Sainte-Rose) 에서 2025년 9월 28일, 강도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69세의 남성이었고, 라이플총을 들고 슈퍼마켓에 침입했으나 곧바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가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돈도, 물건도 아니었다. 그의 진짜 목적은 “감옥에 가고 싶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감옥 안에 있는 손자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69세 전직 소방관, 슈퍼마켓에서 강도 사건 일으켜 체포
사건은 생트로즈의 한 슈퍼마켓에서 발생했다. 남성은 베이지색 복면을 쓰고 라이플을 든 채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직원에게 “돈을 전부 내놔라”고 요구한 그는 이상하게도 돈뿐 아니라 치즈 한 조각과 와인 한 병까지 챙겨 나왔다.
이 슈퍼마켓은 하필이면 헌병대(군 소속 경찰)의 주둔지 바로 옆에 있었다. 프랑스령 과들루프에서는 일상적인 치안과 범죄 수사를 경찰이 아닌 헌병대가 담당하는 지역이 많다. 당연히 헌병들이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체포 직전의 그의 행동은 더욱 의문스러웠다. 도주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다. 마치 헌병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는 천천히 주차장으로 걸어나가 그 자리에서 순순히 체포되었다.
수사 결과, 이 남성은 지역 출신의 전직 소방관으로 밝혀졌다. 현재는 은퇴 후 농사일을 하며 조용히 살고 있었고, 전과도 없는 모범 시민이었다. 다만, 몇 달 전 어머니를 잃은 뒤 정신적으로 크게 불안정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조사를 거치며 드러난 범행 동기는 모두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감옥에 들어가서라도 손자를 지키고 싶었다
그의 국선 변호사인 레아 르 슈비리에(Léa Le Chevrelier)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절박했습니다. 돈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손자와 함께 있고 싶었어요. 손자의 곁을 지키며 함께 산책하고 싶었을 뿐이었죠.”
그는 손자를 키우다시피 하며 평생을 함께해왔다. 하지만 손자는 얼마 전 오토바이 사고를 일으켜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는 매주 두 번씩 손자를 면회하며 지냈는데, 그때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손자가 다른 수감자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들은 그는 절망했다.
“내가 직접 감옥에 들어가서라도 손자를 지켜야겠다.”
그는 그렇게 결심했다.
그래서 그는 헌병대 주둔지 옆에 있는 슈퍼마켓을 범행 장소로 정했다. 애초부터 잡힐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범행 전, 그는 헌병대 앞에 차를 세워두고 계획적으로 가게로 들어갔다고 한다.
재판부도 당황시킨 이유 있는 범행
판사도, 검사도, 변호사도 이런 이유로 강도 사건이 일어난 건 처음이었다.
남성은 무장강도죄·공무집행방해·가중폭행 혐의로 기소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했기 때문에, 재판은 간소화된 절차로 진행됐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의 혐의라면 징역 3~5년형이 선고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재판장은 그의 전과가 없고, 동기를 참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징역 15개월, 그중 5개월은 시설 외 집행(가택연금 등) 으로 대체할 수 있는 온정 있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완전한 집행유예는 아니지만, 형의 일부를 교정시설 밖에서 이행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물론 손자와 같은 교도소 같은 방에 수용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정식 절차를 밟으면 면회는 허용된다고 한다. 또한 남성은 피해자 보상과 범행을 저지른 슈퍼마켓 출입 금지, 심리치료 의무 명령을 받았다.
사랑하는 손자를 위해 죄를 택한 할아버지
평생을 성실하게 살아온 한 노인이, 사랑하는 손자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감옥행을 택했다. 사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이렇게 반응했다.
“너무 안타까운 이야기야. 할아버지와 손자 모두 행복하길 바란다.”
“이건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가족의 사랑이야.”
“둘 다 너무 불쌍하다. 정부가 나서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 알려져야 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손자가 실제로 그런 폭행을 당했는지에 대한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현재 남성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으며, 곧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가 건강을 회복해, 언젠가 다시 손자와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길 바란다.
그의 범행은 분명 법적으로는 죄였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만큼은 누구보다도 순수하고 절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