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질환은 멀게 느껴지지만 현실에서는 꽤 가까운 문제다. 국내에서도 간경변, 간암 등 간에서 시작된 질환으로 매년 수많은 환자가 생명을 잃는다. 상태가 악화되면 결국 선택지는 하나로 좁혀진다. 간 이식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간 이식 수술을 위한 기증 장기는 항상 부족하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병이 더 진행되는 경우도 흔하다. 체력이 떨어져 수술 자체가 어려운 환자도 적지 않다.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구조, 그리고 기다리다 놓치는 시간. 지금까지는 이게 현실이었다.
간 이식 수술 대신

이 흐름에 변화를 주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연구팀이 개발 중인 ‘주사형 미니 간’ 기술이다. 이름 그대로, 큰 간 이식 수술 없이 간 기능 일부를 몸 안에 만들어 넣는 방식이다.
간은 혈액 응고를 조절하고, 독소를 분해하고, 세균을 제거하는 등 500가지에 가까운 기능을 수행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간세포다.
연구팀은 이 핵심 세포에 집중했다. 간 전체를 교체하는 대신, 필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만 공급하면 어떨까.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고민, 그리고 하나의 해법

산게타 바티아 교수 연구팀은 10년 이상 “간 이식 수술 없이 간세포를 몸 안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하나의 방식이 구체화됐다.
간세포를 단독으로 넣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물질과 함께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 물질이 바로 ‘하이드로겔 마이크로스피어’다.
이 물질은 좁은 주사기나 관을 통과할 때는 액체처럼 흐른다. 그래서 주사로도 쉽게 주입할 수 있다.
그런데 몸 안에 들어가면 다시 구조를 잡으면서 고체처럼 변한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 자리에 머물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여기에 간세포뿐 아니라 섬유아세포도 함께 들어간다. 이 세포는 일종의 지원군이다. 주변에 혈관이 자라도록 돕고, 간세포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 단순히 세포를 넣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는 터를 함께 만드는 것이다.
몸 안에서 자라는 또 하나의 간
실험 결과는 꽤 인상적이다. 쥐의 복부 지방 조직에 이 혼합물을 주입했더니, 세포들이 일정한 덩어리를 형성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으로 혈관이 뻗어나갔다.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 안에서 간세포는 살아남았고, 기능도 유지됐다.
연구팀은 이 구조를 ‘위성 간’이라고 불렀다. 기존 간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기능을 나눠 맡는 작은 거점이라는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위치의 자유도다. 꼭 간 근처가 아니어도 된다. 장 주변 지방, 비장 인근, 신장 주변 등 다양한 부위가 후보로 제시된다. 말 그대로 몸 안 어디든 ‘보조 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치료를 넘어,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수술을 줄일 수 있어서만은 아니다. 더 현실적인 역할이 있다. ‘브리지 치료’다.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시간이다. 상태가 빠르게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이때 미니 간이 일정 부분 기능을 대신해주면, 환자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후 본격적인 이식 수술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아직은 초기 단계, 그러나 방향은 명확하다
현재는 동물 실험 단계다.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충분한 세포 확보, 장기적인 안전성, 면역 반응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 임상시험 계획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상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미는 분명하다. 간 질환 치료의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 기술은 다른 장기 치료로도 확장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