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가봉의 아방다 동굴에서 발견된 주황색 악어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귀뚜라미와 박쥐를 사냥하며, 박쥐 배설물이 섞인 웅덩이에서 헤엄치는 생태를 지니고 있다. 연구자들은 이 악어가 동굴 환경에 적응하면서 나타난 생태적 변화와 진화 과정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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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에 적응한 서아프리카 난쟁이악어
서아프리카 난쟁이악어(Osteolaemus tetraspis)는 원래 서아프리카의 숲에 서식하는 소형 악어다. 몸길이는 평균 1.5m, 최대 2m를 넘는 경우는 드물며, 주로 어류, 갑각류, 작은 포유류를 사냥한다. 하지만 아방다 동굴의 악어들은 완전히 다른 생태를 보인다. 동굴 내부에서 귀뚜라미와 박쥐를 주로 사냥하고, 박쥐 배설물이 쌓인 웅덩이에서 생활한다. 동굴 내에는 외부 포식자가 거의 없어, 숲에 서식하는 악어보다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관찰됐다.
새끼 악어들은 동굴 입구 근처에서 부화한 뒤, 성장하면서 점차 동굴 깊숙한 곳으로 이동한다. 성체가 되면 거의 동굴을 벗어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황색 피부와 유전적 변화
아방다 동굴의 성체 서아프리카 난쟁이악어는 일반적인 검은빛이 아닌 주황색 피부를 띤다. 연구자들은 박쥐의 배설물이 가득한 과노 웅덩이에서 장기간 생활한 결과, 화학 성분이 피부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장시간 수영하면서 원래의 색소가 탈색된 결과로 보인다고 한다.
유전자 분석에서도 이 동굴 악어는 숲에 서식하는 같은 종과 유전적으로 차이를 보였다. 특히 특정 하플로타입(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의 묶음)이 확인됐는데, 이는 숲의 개체군에서는 발견되지 않은 변이였다.
이러한 유전적 차이는 아방다 동굴 악어가 기존 서아프리카 난쟁이악어에서 분리되어 독자적인 진화 경로를 걷고 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들은 수천 년 전 일부 개체가 동굴에 고립되면서 외부 개체군과의 유전자 교류가 차단된 결과로 보고 있다.
아방다 동굴은 접근이 어려운 지역으로, 동굴 내의 어둡고 미로 같은 구조와 위험한 지형 때문에 현지 주민들조차도 두려워해 가까이하지 않는다. 이 덕분에 동굴 악어는 자연적으로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다. 하지만 악어 고기가 진미로 여겨지면서, 부시미트(야생동물 고기) 시장의 불법 거래 가능성은 여전히 위협 요소로 남아 있다.
현재 이 지역을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며, 연구자들은 악어의 생태와 유전적 변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