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만드는 데는 7일이 걸렸지만, 균형을 무너뜨리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프랑스의 한 학생 팀이 만든 수상작 애니메이션 Au 8ème Jour의 태그라인이다. 이 작품은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을 활용해 3D 공간을 구현했지만, 마치 스톱모션 인형극처럼 따뜻하고 질감 있는 세계를 그려낸 것이 특징이다.
지구온난화 다룬 환경 애니메이션 단편

이 애니메이션의 세계는 형형색색의 동물과 풍경들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천으로 만들어진 듯한 질감이며, 그 각각이 하늘에 떠 있는 하나의 커다란 실타래, 생명력의 원천처럼 보이는 에너지 구체에 실 한 올로 이어져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검은 섬유질 같은 어두운 실들이 이 이상적인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평화는 무너진다. 가족과 무리들은 생존을 위해 도망치고, 세상은 서서히 변해간다.
이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리고 이 검은 실들이 결국 어떤 파국을 불러오는지 그건 상상조차 어려울 만큼 거대한 일이다. 하지만 이 환상적인 이야기는 결코 먼 세상의 일이 아니다. 우리 현실에서도 이미 그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유엔(UN)은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설정한 목표의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를 더 이상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이는 지구 곳곳의 기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산정된 목표였지만, 인간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속도는 그것보다 훨씬 빠르다.
Au 8ème Jour은 상상의 세계 속 이야기로 포장된,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경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지금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아름답고도 냉정하게 일깨워준다.
이 작품은 프랑스 루베(Roubaix)에 있는 피크투라(Piktura)라는 학교의 5학년 학생들이 만든 졸업 프로젝트다. 이 학교는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비디오게임 디자인에 특화된 교육기관으로, Au 8ème Jour은 아가트 세네샬(Agathe Sénéchal), 플라비 카랭(Flavie Carin), 엘리즈 드브뤼느(Élise Debruyne), 알리시아 마세즈(Alicia Massez), 그리고 테오 뒤오투아(Théo Duhautois) 등 다섯 명의 학생이 공동으로 제작했다.
이 단편은 지금까지 250개 이상의 영화제에서 공식 초청을 받았고, 그 중 60개 이상의 상을 수상했다. 특히 작년에는 벤드 영화제(Bend Film Festival)와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Santa Barbara International Film Festival)에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상(Best Animated Short)을 동시에 거머쥐었다.